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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n 14. 2016

Top of Europe

융프라우 2015년 3월 13일

Top of Europe  융프라우요흐

유럽의 정상 융프라우요흐까지 가는 열차는 스위스 여행의 백미로 불린다.


눈 덮인 산은 언제나 마음을 깨끗하게 만든다. 산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지만 사람이 오가며 산이 멀다 한다. 산은 말이 없고 그저 반길 따름이다. 내 다리로 오르지 않고 기차에 의지한 게 괜히 미안하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설경은 태백산만 못하고 웅장함은 히말라야 보다 못하다. 하지만 유럽 최고의 산이고 히말라야와 견줄만하다.


알프스에는 눈부시게 아름답게 펼쳐진 얼음의 바다와 만년설 트리오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가 있다. 그중 유럽의 정상 융프라우요흐까지 가는 열차는 스위스 여행의 백미로 불린다. 융프라우는 독일어로 '젊은 처녀'를 의미한다. 젊은 처녀가 수줍음이 많듯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때문에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열차를 타고 인터라켄을 떠나 라우터브루넨까지 올라 다시 열차를 갈아타면 라우버 호른 스키대회로 유명한 벵겐에 이른다. 벵겐을 떠나 도착하는 곳은 알프스의 심장이라는 클라이네 샤이데크(2,061m)이다. 다시 클라이네 샤이데크에서 융프라우요흐까지 오르는 마지막 구간을 '융프라우 철도'라 한다.


철도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업적이라 불리는 구간이다. 열차는 암벽을 뚫은 7㎞의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터널 안에 있는 아이거 반트 역에 잠시 정차한다. 전망대에서는 깎아지는 듯한 아이거 북벽이 보인다. 다시 출발한 몇 분 뒤 아이스 메어 역에 이르러 마지막 숨 고르기를 하고 열차는 드디어 해발 3,454m 까지 올라 유럽에서 가장 높은 융프라우요흐에 내려 준다.


'4,158m의 봉우리 융프라우에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올라가게 해보자.' 융프라우 철도는 스위스 철도의 왕 아돌프 구에르 첼로의 대담한 꿈에서 시작됐다. 알프스를 산책하던 어느 날 그는 아이거와 묀히의 암벽을 통과하는 터널을 뚫어 융프라우 정상까지 톱니바퀴 철도를 건설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16년에 걸친 대공사가 이어졌고 1912년에 클라이네 샤이데크에서 출발해 9.3㎞ 구간을 오가는 철도가 개통되었다. 하루 단 4.6 프랑만을 받고 일하던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리고 그 터널 안의 화약 폭발 사고로 6명의 노동자가 희생되었다.


궂은날이 많다는데 운이 좋았나 보다. 만년설과 빙하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117m 정도 더 높은 스핑스 테라스(3,571m)에 오르니 남쪽에는 이탈리아 산봉우리까지 이어지는 알레치 빙하가 끝없이 펼쳐진다. 또 북쪽은 독일까지,  서쪽으로 프랑스까지 끝도 없는 장엄한 산줄기가 펼쳐진다.


1년 365일 눈과 얼음으로 덮인 융프라우와 알프스의 거인들의 세상이다. 아이거와 묀히를 나란히 두고 그린델발트, 휘르스트, 시니케플라테, 하더쿨룸까지 거인들의 세상이 펼쳐친다.  


일반열차로 가는 마지막 역인 그린델발트 역
아이거 산 안의 터널에서 ... 등산복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바로 이 곳의 북벽에서 딴 것
융프라우요흐에 올라
융프라우요흐 안 얼음 궁전
철도의 왕 아돌프 구에르 첼로
융프라우 철도 건설 과정의 사진들
산악열차는 선로와 기차 아래에 톱니가 있다.
클라이네 샤이데크 역
이곳의 스키 즐기는 법은 주민들이 클라이네 샤이데크역에 내려 스키를 타고 집으로 간다.
내려오며 찍은 사진
산 전체가 슬로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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