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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n 15. 2016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네치아 2015년 3월 17일

118개의 섬과 수많은 운하로 이우어진 물의 도시

지구 온난화로 베네치아는 조금씩 아드리아 해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라틴 어로 ‘계속해서 오라’라는 의미를 가진 베네치아는 버스가 아닌 보트를 타야 하는 곳이다. 섬과 섬을 있는 보트가 이 곳의 대중교통이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말뚝 위에 건설한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물의 도시이다. 200개가 넘는 운하를 중심으로 섬과 섬을 연결하는 400여 개의 다리와 수많은 골목, 개성 넘치는 건축물들 사이로 곤돌라와 바포레토(수상버스)들이 다닌다. 


바포레토는 실제 운행하는 시간보다 정거장에 배를 대고 사람이 타고 내리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 같다. 나의 눈에는 불편해 보이는데 이 곳 사람들은 아무런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이 곳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생활이다. 항상 그렇게 지내왔으니, 다른 방법들을 경험한 적이 없으니 불편함을 생각하지 못한다. 


'물의 도시'라는 베네치아는 비로 나를 환영해 주었다. 하늘도 땅도 아니 바다도 모두 물로 가득했다. 다행히 이곳은 따뜻한 봄이다. 패딩을 벗고 빗속의 강둑 아니 바다 둑에 앉아 마시는 맥주가 행복함을 느끼게 한다. 온 세상이 물로 가득한 곳에서...  


5세기 중반 로마 제국이 분열되고 훈족의 침입을 피해 섬으로 피난하며 이 곳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 여러 도시들과의 무역으로 부를 축척한 베네치아는 보다 큰 배가 정박할 수 있는 항구와 물건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했고 섬과 바다가 만나는 곳마다 거대한 나무 기둥을 세우고 항만 시설과 창고, 주택 등을 건설했다. 그렇게 자연 섬과 인공 섬을 합하여 모두 118개의 섬을 가진 거대한 물의 도시가 탄생하였다. 


베네치아는 상인들의 도시였다. 셰익스피어의 소설 베니스의 상인에서도 비열한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그들은 사업상의 이득이 최우선 순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소년 십자군으로도 그 폐해가 알려진 4차 십자군 전쟁에서 베네치아의 상인들은 십자군을 설득해서 이집트가 아닌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그곳에 라틴 제국을 세웠다. 


콘스탄티노플을 기점으로 베네치아는 에게해를 장악하고 흑해 연안까지 상업망을 확대해 나갔다. 제4차 십자군 전쟁 이후 베네치아는 동서양간의 교역을 독점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 교역 때문에 결국 패망의 길도 걷게 된다. 


베네치아의 쇠락을 불러온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외국의 사치품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집착이었다. 치명적인 흑사병이 중국에서 베네치아로 넘어온 것은, 교역선에 함께 들어온 쥐 때문이었다. 중국의 사치품과 함께 흑사병이 유럽으로 넘어왔다. 흑사병 시대의 베네치아는 시신을 묻을 마른땅이 부족해 퉁퉁 불은 시체들이 운하를 떠돌아다녔다고 한다. 사람들은 마치 통나무를 굴리듯 막대기로 시체를 밀어 바다로 흘려보내야 했다. 


흑사병의 원인이 쥐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고 모든 선박들이 짐을 하역하기 전 40일 동안 바다에 대기하게 했다. 오늘날에도 이탈리아어에서 격리, 검역을 뜻하는 ‘quarantine'는 숫자 40(quaranta)이 어원이라고 한다.  


베네치아의 중심 시가지는 본래 석호의 사주였던 곳이었기 때문에 지반이 약하여 근래 지반 침하와 석호의 오염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의 높이가 높아지고 있어서 베네치아는 조금씩 아드리아 해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수십 년 후에는 많은 부분이 물속에 가라앉아, 배를 타고 다니며 이 아름다운 도시 베네치아의 흔적만을 바라봐야 할지도 모른다. 


베네치아의 흔한 풍경 
리엘토 다리
산마르코 광장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산마르코 광장
두칼레 궁전
산 마르코 대성당



무라노 등대
무라노 섬은 유리공예, 레이스 등이 유명하다.
맑은 날에는 평생 최고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파스텔 톤의 색색의 집들이 예쁜 사진을 만든다. 하지만 대부분 낡은 집들이다.



무라노 섬의 유리공예가 유명한 이유는 이 섬에 공예가들을 가두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랑스러워하는 표정들이 밝다. 
바포레토 정류장
바포레토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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