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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n 16. 2016

허물어진 제국

로마 2015년 3월 26일

유럽 역사의 시작은 로마와 함께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허물어져 버진 제국이다.


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던 쌍둥이 형제의 동생 로물루스가 형 레무스를 죽이고 팔라티노 언덕에 세운 작은 마을이 로마의 기원이다. 이 작은 마을은 도시 국가가 되고 차츰 세력을 넓히면서 주변 국가들을 정복하기 시작했다. 서쪽으로는 영국, 동쪽으로는 터키를 넘어 중동 지역까지, 남쪽으로는 아프리카 사하라 지역까지, 북쪽으로는 북유럽 대부분을 정복하여 대제국을 건설하였다. 서양 문명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대제국이었다. 


로마를 보기 전에는 서양 문화를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로마 제국은 서양 문화의 뿌리가 되는 수많은 흔적을 남겼다. 로마가 번성한 이유은 로마 사람들이 민족이나 국가에 상관없이 타 문화를 받아들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당시 문명이 발달했던 그리스는 물론, 이집트, 페르시아, 지중해 연안 나라들의 문화까지 흡수하여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새로운 문화를 세상에 전파했다. 


건축, 법률, 종교, 의학 등 유럽의 모든 문화가 로마의 것이었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도 로마인들이 사용했던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리스를 제외한 유럽의 모든 국가가 로마로 인하여 역사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그 대제국이 이제 유럽의 변방이 되었다. 
이탈리아는 G7(선진 7개 공업국)의 일원이며 경제규모 세계 9 위의 강국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위기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경제 분야에 G7 중 가장 크게 추락하고 있다. 국가 부채가 늘어나고 일본과 같은 초고령 사회가 되었으며 디플레이션 현상까지 시작되고 있다. 


이탈리아 경제 문제를 논하는 뉴스들은 국가부채가 문제라지만 시작은 저성장이 문제였다. 경제가 성장한다면 부채가 많아도 크게 상관이 없다. 부채를 상환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경우는 1990년대 후반부터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며 문제가 시작되었다.  


유로존으로 묶이며 이탈리아 경제는 독자적인 통화 정책을 펼 수 없게 되었다. 하나의 단일 경제권인 유로존안에서의 국가 경쟁력 차이는 이탈리아에서 독일, 프랑스로 지속적인 자금 유출을 만들었다. 그 차이가 부채의 형태로 돌아왔다. 금리가 오르자 부채는 폭탄이 되었다. 이자로 내야 할 돈이 정부 예산의 10%, 공공부채는 GDP의 120%이 되었다. 


이탈리아가 자랑하던 섬유산업은 중국계 이민자들이 장악하였다. 구찌, 프라다 같은 명품들을 이탈리아 내의 중국 회사들이 OEM 생산하여 납품하고 있다. 구찌, 프라다의 명성은 여전하지만 생산업체들은 대부분 중국인 소유가 되었다. 섬유산업이 중국인과 경쟁하던 사이 이탈리아가 자랑하던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는 독일과 경쟁해야 했다. 국내의 생산 공장이 줄어들고 또 추가적인 해외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경제를 장악한 신자유주의는 이탈리아의 경쟁력은 관광자원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세계 9위의 경제 규모를 갖는 이탈리아가 과연 관광 산업만으로 버틸 수 있을까?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남유럽과 아이슬란드와 같은 유로존의 변방에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니발처럼 아프리카에서 이베리아 반도를 지나고 알프스를 넘어 로마에 왔지만 정복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제는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살고 있는 도시이다. 많은 유적들이 수리 중이다. 과거의 유물은 복구한다 해도 결국 무너지는 것이다. 로마의 유적들은 정말 훌륭하다. 하지만 새로운 것들을 채워가야 한다. 허물어지는 유적들처럼 도시도 왠지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로마와 카르타고의 전쟁에서 한니발이 최종 승자가 되었다면 서양의 모든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그만큼 로마가 세계 역사에 미친 영향이 컸다. 현재의 이탈리아인들은 지금의 난관을 이겨낼 수 있을까? 그들은 그들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고 새로운 길을 찾아갈 것이다. 


산타마리오 마조레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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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온 - 내부의 모습이 더 훌륭하다.
가장 활기 있는 나보나 광장
트레비 분수
하나 들어 갔다. 뭐 이룰 사랑도 지금은 없으니.
스페인 계단 - 다들 젤라또를 먹는다.
곳곳에 허물어진 유적들이 보인다.
포폴로 광장의 오후 - 이런 광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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