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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n 16. 2016

훈족의 후예

부다페스트 2015년 3월 28일

그 훈족의 나라(Hun + Gary)에 왔다.

우리와 뿌리가 같은 민족이 이 먼 곳에도 살고 있었다.


4세기에 한(漢) 나라에 쫓겨 서쪽으로 간 흉노의 일부가 동 고트족을 제압한 후 서고트족을 압박했다. 서고트족 일부가 훈족의 압박을 피하여 동로마로 이주하는데, 이것을 게르만 민족 대이동이라 부른다. 이 대이동이 원인이 되어 서로마가 멸망하고 프랑크(프랑스), 게르만(독일) 등이 지금의 위치에서 나라의 기틀을 만들었다. 


그들이 훈족이고 전성기 시절 왕의 이름이 '아틸라'이다. 지금까지도 유럽에서는 우는 아이들에게 '아틸라가 와서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그 훈족의 나라(Hun + Gary)에 왔다. '진짜 훈족이다' '아니다' 말은 많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나라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헝가리 역사는 그들의 조상을 마자르족이라고 하지만 유럽의 많은 역사학자들은 헝가리인을 아시아에서 서쪽으로 이주해온 훈족의 후예라 보고 있다. 9세기경 헝가리를 세운 마자르족과 5세기부터 이 지방에서 살고 있던 훈족이 섞였다는 것이다. 


헝가리인들은 유럽의 다른 지방 사람들과 생김새가 다르며, 헝가리 민요는 내몽골의 음악과 유사하다. 언어도 비슷하고 악기와 생활용품에도 닮은 형태가 남아 있다. 아틸라는 오늘날 헝가리인들이 많이 쓰는 남자 이름 중 하나이며, 헝가리에는 훈족 주제공원이 있다. 또 자신들이 아틸라의 후손으로 인정해 달라는 청원이 있었고 그 청원서에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을 하였다 한다. 


어떻든 우리와 같은 우랄-알타이 어족은 맞는 것 같다. 마늘과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이중모음이 있다. 그리고 사우나를 즐긴다. 게다가 헝가리는 날짜를 년월일로 쓰고, 이름 앞에 성을 먼저 적는다. 그렇지만 외모는 우리와 너무 다르다. 


바이칼 호에서 출발한 그 누군가의 후손들은 어디까지 갔던 것일까? 같은 뿌리라고 하지만 너무나 다른 현재의 모습이 신기하다. 친한 척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해 보지도 못하고 또 다른 곳으로 떠난다. 여행하면서도 나는 왜 이리도 바쁜지?


여행 출발 후 처음 이발을 했다. 7개월 만의 이발이다. 너무 못 자를까 봐서 혹은 너무 비싸서 미루고 미루던 이발이다. 우리와 비슷한 민족이니 손재주가 있으리라 믿고 맡겼더니 어떻게 자를까 묻는다. '짧게'라 대답했더니 다시 질문이 온다. '3mm?', '9mm?' 놀라서 엉겁결에 '9mm'를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아침 식사를 하는데 전날 인사를 했던 서양 처자가 처음에는 놀라더니 계속 웃는다. 탈대로 탄 얼굴에 너무나 짧은 머리. 내가 봐도 무섭다. 이제까지 일본 여행객들이 친한 척했는데 앞으로는 중국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야 할 듯하다.


로열 궁전 - 부다페스트는 야경이 아름답다.
세체니 다리
영웅광장 - 이 곳에 정착한 후 천년을 기념하는 광장이라 한다. 19세기 ~ 20세기에 공사.
역사적 위인들의 조각 - 반대편에 하나 더 있다.
박물관
미술관
국회의사당 - 이렇게 좋게 지어 주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일 하려나? '열심히'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하다.
국회 뒤 박물관
국회의사당 옆 동상
다뉴브강의 신발 - 1944 ~ 1945년 나치는 이 강변에 유대인들을 세우고 총을 발사했다. 강으로 떨어진 시신들은 강을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이슈트반 대성당 - 가톨릭을 받아들인 왕이 이슈트반이라 한다.
로열 궁전
국회의사당의 야경
이슈트반 대성당
굴라쉬 수프 - 육개장과 비슷하다. 고추가 없던 시절에 헤어졌는데 터키와 헝가리 모두 고추, 마늘을 좋아한다.
이중모음은 알파벳으로 표기하지 못해 점을 찍는다. 터키는 i o u를 사용하는 것 같았은데 여긴 e 가 더 있고 점을 두 개 찍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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