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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n 23. 2016

디폴트 선언을 한 도시

디트로이트 2015년 4월 21일

GM ·포드 ·크라이슬러 3대 자동차 회사의 공장이 집결한 도시

자동차 산업의 메카 디트로이트가 2013년 7월 디폴트 선언을 한다.

 


2013년 7월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불리던 도시 ‘디트로이트’가 디폴트를 선언한 것이다. 디트로이트는 한때(1950년대) 인구가 180만 명이나 되는 대 도시였다. 지금은 그 많던 인구가 70만 명이 되었다. 인구로 보면 경기도 안산 정도의 도시이다.  


주지사는 "디트로이트의 막대한 부채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서 "재정 위기 비상 관리인인 캐븐 오어 변호사가 제안한 챕터 9 파산 보호 신청을 승인한다"라고 밝혔다. 디트로이트의 장기 부채 규모는 2013년 3월 기준으로 185억 달러(약 20조 8천억 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서울시 1년 예산과 비슷한 규모다. 안산시가 서울시 예산만큼의 빚이 있다는 것이다.


1701년 프랑스인들이 모피 거래를 위해 건설한 이 도시는 5 대호 연안의 전형적인 공업도시로 발전하였다. 특히 세계 자동차공업의 중심도시였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3대 자동차 회사의 주력공장이 이 지역에 집결해 있다. 자동차 외에도 항공기 ·기계 ·화학 공업이 발달되었고, 정유소 ·조선소도 있다.


그러나 1973년의 석유파동 이후 일제 소형차 수입이 급증하고 3대 자동차 회사들의 원가 절감을 위한 공장 해외 이전으로 디트로이트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인구가 줄어들자 세수가 줄어들고 모자란 재정을 메우기 위해 자금을 빌려 왔다. 그리고 이자를 갚기 위해 또다시 돈을 빌려와야만 하는 ‘빚의 악순환’에 빠져버렸다.


그런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하나 있다. 유명한 힙합, 랩 가수인 '애미넘'의 어린 시절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8마일'이다. 8마일은 흑인이 밀집해 거주하고 있는 디트로이트 시내와 백인 중산층이 거주하고 있는 교외 지역 간의 거리이다. 8마일의 남쪽, 즉 흑인 거주지에서 살아야만 하는 지역에서 '화이트 트래쉬'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 '애미넘'이 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흑인들로부터 역차별당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디트로이트는 흑인들의 세상이 되었다. 백인들이 모두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리고 난 후에도 돈이 없어서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길거리를 배회하며 살아가는 흑인들의 세상이 되어 버렸다. 자동차 산업이 호황일 때의 디트로이트는 백인 대 흑인 비율이 80 대 20이었지만 현재는 역전되어 80%가 넘는 인구가 흑인이다. 


최근에는 순수하게 관광으로는 아무도 찾지 않는다는 도시이다. 위험하고 볼 것이 없는 곳이니 가지 말라는 곳이기도 하다. 그냥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한 때 미국을 먹여 살리던 곳이 어떻게 변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


곳곳에 빈 건물들과 건물을 '임대한다' '판매한다'는 간판들이 빼곡하다. 자동차의 도시답게 도시의 곳곳에 주차장이 들어서 있지만 그 주차장을 채울 차는 부족하다. 대부분의 주차장이 비어 있다. 석유값이 하락해 GM의 차량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장기적인 해결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디트로이트의 재정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GM은 노동자 해고를 계속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는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을 했던 로사 파크 여사가 보이콧 운동 이후의 삶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또한 빈곤층에게 일자리와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포커스 호프'가 처음 시작된 곳이다. 하지만 현재의 디트로이트는 흑백의 갈등과 함께 백인 저소득층의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흑인들을 비하하는 단어 '니그로'처럼, 교육혜택을 받지 못해 잡리스로, 사회 부적응 상태의 최하위 신분이 된 백인들을 비하하는 단어가 '화이트 트래쉬'이다. 백인들마저 미국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는 '화이트 트래쉬'라고 할 정도로 미국의 최하위층을 이루고 있다.  


도덕성·사회성 결여 현상을 보이기도 하고, 자신들의 가난이 모두 흑인이나 유색인종, 이민자들이 자기들의 일자리를 뺏는 탓이라는 증오 한다. 극히 일부에게만 돌아가는 미국 사회의  부의 분배가 그런 갈등을 점점 키우고 있다. '앵그리 화이트'라는 새로운 단어가 등장했다. 이제는 소수의 '화이트 트래쉬'뿐 아닌 저소득 백인 전체에 그런 성향이 확대되는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여전히 해결이 어려운 인종 차별 문제의 해결 방법은 증오와 복수, 그로 인한 폭력이 아니라 각 개인이 처한 사회적인 입장들을 이해하는 것이 시작일 것이다. 그리고, 강자만이 살아남고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부의 분배 문제는 모두의 고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운타운 풍경 - 금요일 오후인데 너무 한산하다
빈 건물
다운타운 안의 이 큰 건물이 비어있다.
이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는 전 여행자의 글을 보았는데 그 사이 팔렸는지 이젠 안내판은 없다.
한 때 유명했다던 폭스 극장도 빈 건물이라 한다
왠지 이 골목이 도시 분위기를 말해 주는 것 같아 찍었는데 사진은 다른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GM 본사
저층의 전시공간
익숙한 차 스파크
로비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니 공원은 있는데 사람이 없다
도심의 공원
그나마 사람이 많아 북적이는 곳인데 카지노 앞이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구장 Comerica Park
호랑이가 귀엽다.
미국에 오니 성당이 아닌 교회들이 보인다
저무는 해가 이 도시에선 왠지 서글퍼 보인다.
디트로이트 강
American Coney Island - 1917년 오픈한 핫도그집
떠나며 버스를 탄 곳이 로사 파크 여사의 이름이 붙어 있다. 
1955년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 연행되었다.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을 지속하자는 회의의 의장으로 선출 된 사람이 젊은 마틴 루터 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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