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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n 23. 2016

Windy City, 미시간의 바람

시카고 2015년 4월 25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급성장 거대도시 시카고

기대를 갖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준다. 


시카고는 수많은 별칭이 있다. 바다와 같이 거대한 미시간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바람의 도시’, 뉴욕 다음 도시라는 뜻의 ‘제2의 도시’ 그리고 축산, 도축, 육가공업이 발전해서 ‘세계적 돼지 도살 도시’, 조직폭력단의 활동이 유명했기에 ‘어깨들의 도시’, 활기차고 역동적인 측면에서 ‘일하는 도시’ 등이다.


가장 미국적인 도시는? 역사, 경제,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보더라도 뉴욕이 1위일 것이고 이민의 나라인 탓에 LA도 꼽힐 것이다. 그렇다면 시카고는? 시카고는 뉴욕만큼 역사가 오래되지도 않고 LA만큼 신선하지도 않다. 이 도시는 타 도시에 비해 뒤늦은 1833년에 건설되었지만 성장과 발전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시카고는 19세기 급성장의 대명사이다. 1840년에서 불과 50년 동안에 인구가 200배 이상 증가했다. 


20세기 초, 이 혼돈의 도시에 또 다른 대규모 이주가 있었다. 남부 흑인들에게 시카고는 꿈과 기회의 땅이었다. 그들에게는 노예해방 후에도 계속된 차별과 폭력으로 인해 남부를 떠나야 했고, 제1차 세계대전의 전시 경제 체제로 인해 호황이 시작된 북부 도시들은 풍부한 일자리로 그들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른바 ‘흑인 대이동(Great Migration)’의 시대였다.


흑인들의 시카고로의 대이동의 이유는 두 가지다. 중남부 전 지역에서 철도망으로 연결되는 대도시였다. 또 다른 하나는 기존에 시카고에 진출해 있던 흑인들이 남부에 시카고를 홍보하고 원조를 보내 이주를 도왔다. 시카고 지역의 흑인 신문인 'Chicago Defender' 등이 그런 역할을 하였다. 그 결과 1916년에서 1920년 사이 시카고에는 남부 출신 흑인 7만 5000명이 도착했다. 겨우 4만 명을 헤아리던 흑인 인구는 11만 명 이상으로 치솟았고, 1920년과 1930년 사이에 다시 두 배로 증가했다.


시카고에 도착하자마자 흑인들은 일자리를 얻었고, 또 백인들과 같은 일을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남부처럼 백인에게 필요 없이 굽실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열심히 일하면 제한적이나마 승진도 되고 표면적으로는 열린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처음으로 인간 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흥분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신흑인(new negro)’이라 부르는 새로운 집단이 되었다.


그러나 시카고에도 인종 간 편견은 여전히 존재했고,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분리된 선이 존재했다. 이른바 ‘예의 바른 인종주의(polite racism)’가 이들을 갈라놓고 있었다. 급성장 거대도시 시카고는 이후 수차례의 폭동과 알 카포네로 대표되는 폭력의 시대를 거쳐 이제는 혁신주의 시대(Progressive Era) 개혁의 중심 도시가 되었다. 


2009년 1월, 시카고 출신의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44번째 대통령에 취임함으로써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이라는 역사와 함께 가장 유명한 시카고인이 되었다. 오바마는 시카고 시내 빈민가에서 사회 개혁 운동을 하면서 사회정의의 의지를 다졌다. 


여행은 감탄하러 가는 것이라고 여러 가지 연구하시는 분이 말했다. 하지만 여행이 길어지다 보니 감탄이 나오는 빈도가 낮아진다. 게다가 어린 시절 '미국 반대, OOO 처단'을 외치며 거리를 뛰어다니던 기억을 가진 이가 미국에서 그런 기대를 한다는 건 억지이다. (미국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꼭대기의 소수와 그들의 정책이 싫고 경쟁 지상주의 문화가 싫은 것이다.)


그런 시기에 만난 것이 바람의 도시 시카고다. 남한 절반 정도의 크기가 되는 거대한 미시간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직 춥지만 이것저것 새로운 감탄을 준다.


호수라 믿기 어려운 크기와 너무나 아름다운 빛의 미시간 호수, 각기 다른 모습의 나름 사연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 같은 건물들, 그 사이를 길게 자리 잡고 앉은 공원들, 단순 전시가 아닌 체험하고 교육하는 다양한 박물관들, 너무 시끄럽지도 너무 한적하지도 않은 도심,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조형물 Cloud Gate 그리고 재즈와 블루스 등 많은 것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기대를 갖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시카고는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준다. 누군가 이 곳에 찾는다면 더 따뜻한 날들을 택하길 권한다. Windy City는 아직 춥다. 4월 하순이지만 눈을 보았다


강 따라 늘어선 건물들
재즈, 블르스 공연을 하는 공연장
옥수수를 닮은 쌍둥이 빌딩
대화재 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물이라 함.
시카고를 왔으니 유나이티드 센터에 왔다. 조던의 경기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나이티드 센터 앞 말콤 X 대학 - 지나다 말콤의 이름이 붙어 있어 들어가 보았다.
시카고 컵스 홈구장 - 메이저 구장 중 유일하게 LED 전광판이 없는 곳이다. 구장 보다는 다운타운을 벗어난 풍경이 궁금해서 가보았다.
크지 않은 다운 타운을 벗어나면 이런 풍경이다.
시카고 미술관
미국 최초의 천문대 애들러 천문대 - 지금은 천문대 기능 보다는 교육장의 역할을 한다. 3D 천문 영화를 3편을 보며 하루 종일 즐겼다.


애들러 천문대에서 바라본 도심
미시간 호수 - 남한의 면적의 절반 크기이다.
자연사 박물관 -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그 친구다.
과학, 산업 박물관
과학체험실 - 어린이 교육용으로는 정말 잘 만들어 놓았다.
2차 대전 시 나포한 U505 - 독일의 기술력은 정말 존경스럽다.
Sky Deck 103층의 야경
103층의 바깥에 1미터 정도의 유리 난간을 만들었다. 발밑은 300미터 허공.
Cloud Gate
거대한 왜곡된 거울이다. 그 앞에 한 동안 앉아 있노라면 그 안에 또 하나의 세상이 있는 것도 같다.
할렘의 교회
영화 대부의 배경인 곳이다 보니 범죄 투어라는 것도 있다. 할렘을 가 보았지만 도심을 벗어난 다른 곳과 같은 풍경 같은 거리다.
떠나는 공항의 벽이 마음에 든다. 애들러 천문대의 로고가 박힌 사진들로 장식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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