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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n 27. 2016

돈이 시간을 먹는 곳

라스베이거스 2015년 5월 6일

돈이 돈을 먹고 돈이 시간을 먹고 돈이 사람을 먹는 곳이다.

다만 그 운이라는 것은 이 곳에서 더 만나기 힘든 것 같다.


경기 변동은 자본주의 경제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1929년 미국을 강타한 경제공황은 단순히 과잉생산으로 인한 공황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통화 공황에 이르는 것이었다. 자본주의의 파산이 온 것이다. 


그때까지 경제 이론은 자본주의 경제가 속성상 때때로 침체가 오지만 시일이 지나면 시장에 의해 자동 복원된다고 믿었다. 대공황은 이런 자유주의 경제 이론을 뒤흔들었다. 공황 극복을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케인스주의가 강해지고 결국 '뉴딜 정책'으로 상징되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개입 정책들이 시행되었다. 


대량 실업사태 해소와 미국 남서부의 홍수통제 및 전력개발을 위해 추진된 후버댐의 건설은 라스베이거스에 경제 붐을 일으켰다. 후버댐에서 40km의 거리에 위치한 라스베이거스는 건설 배후지로서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건설 붐이 일어났다. 


게다가 네바다주는 후버댐 공사가 시작된 1931년에 도박을 합법화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1910년에 모든 형태의 도박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였으나, 도시성장과 세수증대의 명목으로 1931년에 이를 다시 합법화한 것이다.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이 받는 주급이 카지노로 들어왔고 미국 전역의 관광객들이 세계에서 가장 큰 댐이라는 후버댐의 건설현장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들 대부분은 카지노를 포함한 관광을 즐기겠다는 목적이었다. 1934년에 26만 5,000명의 관광객들이 후버댐을 방문하였고 30만 명이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였다.


자본주의의 실패로 만들어진 도시는 그렇게 연중무휴의 사막 휴양지로, 호화스러운 호텔·음식점·카지노 등이 들어섰고 불이 꺼지지 않는 ‘불야성’이 되었다. 또한 인근에 핵폭격·핵폭발 실험장, 공군기지, 사격장 등이 입주한 방위산업의 도시이며 이혼 수속이 간단하여 이혼을 목적으로 사람이 찾아오는 일명 ‘이혼 도시’이기도 하다. 


뉴욕이 현실 속에서 살고 샌프란시스코가 가상에서 산다면 라스베이거스는 꿈속에 산다. 호텔과 카지노, 쇼핑몰, 온갖 볼거리는 물론 미국의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노상 음주는 당연한 것이 되고 성매매를 광고하는 차량도 보인다.


돈이 돈을 먹고 돈이 시간을 먹고 돈이 사람을 먹는 곳이다. 카지노들이 돈으로 치장하고서 돈을 받고 돈을 준다. 물론 대부분은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많다.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가능이 곧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확천금을 바라고 온다지만 일확천금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다른 사람의 주머니를 비우고 극히 소수의 주머니를 채워준다.


확률은 항상 카지노의 손을 들어준다. 운에 따라 다르다 말하지만 그것은 세상의 모든 활동들이 그러하다. 다만 그 운이라는 것은 이 곳에서는 더 만나기 힘든 것 같다. 하긴 우리가 사는 삶에서 그 운이라는 것은 그 일이 있던 때가 아니라 항상 뒤늦게 깨닫게 된다. 다시 한번의 기회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호텔마다 각각 다른 테마를 갖고 있다. 뉴욕, 베네치아, 파리, 룩소르, 만달레이 등등
미라지 화산쇼
벨라지오 분수쇼
올드 라스베이거스 LED쇼 - 옛 추억을 기억하는 어르신들만 찾던 올드 타운이 LED를 설치하고 최고 명소가 되었다.
곳곳의 길거리 공연 및 볼거리
다들 이런 꿈을 꾸고 오는데...
카지노
벨라지오 호텔 로비 천정 장식 - 이 장식이 수십억이다. 마음에 안정을 주어 자주보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호텔 실내 정원
호텔 내 미술관
쇼핑몰 들
머물렀던 숙소 -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싼 곳이다. 각 방에 6명 또는 8명이 쓰는 도미토리지만 금, 토요일은 60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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