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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n 28. 2016

맥도널드와 코카콜라가 없는 곳

아바나 2015년 5월 12일

혁명의 꿈은 계획경제의 실패와 미국의 고립 정책으로 좌절되었다.

그러나 가장 행복한 춤과 노래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식코(Sicko)’라는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영화는 미국인들이 실제로 겪는 자국 의료제도의 모순을 고발하고 있다. 영화에서 한 노동자가 손가락 두 개가 잘렸지만 보험에 들지 않아 손가락 하나만 접합할 수밖에 없었다. 한 손가락이 6만 불(약 7천만 원)이고 다른 손가락은 1만 2천 불이었다. 미국의 의료보험 미가입 인구는 3억 인 구 중 약 5천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마이클 무어 감독은 이 영화가 보험 미가입자를 위한 것이 아닌 보험 가입자를 위한 영화라고 했다. 오천만이 아닌 2억 오천만 명이 혜택을 받는 의료보험의 모순을 지적하는 영화라는 것이다.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라고 해서 치료비 부담 없이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병원이든 약국이든 '보험 승인'을 보험회사로부터 받아야 비로소 보험적용이 된다. 그래서, 보험회사는 보험 승인을 하지 않으려 애를 쓴다. 보험회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민간회사이기 때문이다. 


환자는 아프다는데 보험회사 소속 병원은 아프지 않다는 소견서를 작성한다. 자신의 (가벼운) 병력을 속였다거나 알리지 않았다고 현재 중병의 보험 승인을 거절한다. 보험회사는 헬스케어 기업(제약회사·의료기기 회사 등), 정치인, 의사와 유착해 보험금 지불을 거부 또는 축소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마이클 무어는 그런 환자들을 모아 쿠바로 향한다. 그 환자 중에는 보험 적용이 거절된 911 자원봉사자와 소방관 출신의 고질적인 기관지 환자도 포함되어 있다. 감독은 쿠바 의사에게 “이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만큼만 치료해달라”라고 부탁한다. 그 의사는 “쿠바에서는 의료비가 모두 무료”라며 이들을 안심시키고 진료를 시작한다.


미국은 GDP을 기준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교해 2배에 가까운 예산을 의료 부분에 투입하고도 영아사망률 등 제반 의료복지 수치들이 선진국들 중에선 가장 낮은 편이다. 쿠바는 영아사망률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다.


“인간의 삶을 좀 더 합리적으로 하자. 정의로운 국제경제 질서를 만들자. 모든 과학지식을 환경오염이 아닌 좀 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동원하자. 생태계에 진 빚은 갚되, 사람들하고는 싸우지 말자." 이 말은 UN 연설에서 카스트로가 한 말이다. 


쿠바의 유기농은 43%에 불과했던 식량자급률을 100%로 바꾸었다. 정부가 소규모 땅(최고 0.2ha)을 임대해 주고 개인은 '흙 상자 농법'을 통해 각종 채소와 과일을 직접 길러 먹는다. 커다란 통에 흙을 담아 화단처럼 만들고 도시의 공터나 학교 운동장, 쓰레기 매립지 등이 밭으로 활용된다. 그곳에서 자라는 미생물이나 지렁이의 토사물이 거름 역할을 한다. 해충도 자연이 해결한다.


하지만 쿠바가 유기농을 선택한 이유는 자발적이라기보다는 미국의 경제 봉쇄 때문이다. 석유의 수입이 어려워지고 화학 비료 등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부터이다. 쿠바의 올드카가 유명한 이유도 59년 이후 차의 수입이 어려워져 그 이전에 수입된 차들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현실적인 어려움 중 하나는 주택부족이다. 건축 자재 부족으로 신규 주택공급의 중단되면서 결혼 후 분가를 못하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가정이 많다. 주택보수나, 주택 신축을 위한 건축 자재(시멘트, 페인트 등)가 대부분을 80% 이상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아바나 시내의 거의 모든 건물이 보수를 해야 하는 오래된 건물 그대로 남아 있다.


멜라꼰(El Melecon)은 아바나 북쪽 바닷가의 8km가량의 해안도로이다. 여러 영화에서 멜레콘의 방파제를 아바나의 상징처럼 그리는데, 거기에는 조금 역설이 있다. 멜레콘에는 아무것도 없다. 바다 쪽에는 한강 고수부지보다 못한 허름한 둑이 이어져 있고 낡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그것이 쿠바다. 혁명의 꿈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실패와 미국의 고립 정책으로 처참하게 좌절되었다. 아바나의 시민들은 버리고 싶어도 버릴 것이 없고, 사고 싶어도 살 것이 없는 신세를 수십 년간 버텨왔다. 가난한 시민들은 이 방파제 외에는 갈 곳이 없다. 그곳에는 무한정 주어지는 햇빛, 파도, 바람과 비가 있었다. 그들은 돈과는 관계없는 행복의 조각들을 모아 노래와 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쿠바의 경제는 국가에서 주도하는 계획 경제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봉쇄와 사회주의 노선을 걷던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의 몰락 등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1993년부터 부분적으로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경제 개방과 함께 쿠바는 관광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쿠바의 특수한 정치적 배경과 음악, 시가, 럼주 등의 문화가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생긴 소득의 차이가 평등을 추구하는 쿠바 사회의 문제로 떠올랐다. 또 국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하는 관광객 대상의 숙박 업소나 택시, 음식점 등이 늘어나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1인당 GDP는 1만 1258달러에 그치지만 무상 의료와 교육이 제공됨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항상 최상위권에 꼽혀 왔던 쿠바다. 미국과의 국교 수립도 예정되었고 경제 봉쇄도 풀릴 것이다. 플로리다에서 쿠바로의 직항 노선도 곧 개설된다. 하지만 여행 마니아들은 쿠바에 영미 자본주의 물결이 침투하기 전에 순수한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보러 일부러 찾아 나서고 있다.


시가와 럼, 재즈와 살사, 헤밍웨이와 체 게바라, 50원짜리 커피와 아이스크림, 700원짜리 피자와 햄버거, 8천 원짜리 랍스터 요리, 맥도널드와 코카콜라가 없는 곳, 인터넷이 단절되는 세상.


쿠바 이 땅은 글 따위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곳이다.

나의 느낌은 휴대폰을 잃고도 '그까짓 거' 하며 웃을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쿠바를 나오자마자 아쉽다.)


까삐똘리오
국립극장
거의 모든 건물들이 보수가 필요하다.
비에하 광장
멜라꼰 해변
혁명기념관
한글을 배우고 있다는 쿠바 미녀들
7 CUC짜리 랑고스타(랍스타)
코이바 시가
1 모네따 아이스크림
체 게바라는 어디에서든 보인다.
체 게바라의 얼굴이 들어 있는 3 모네따 동전


꼬꼬택시
1 CUC에 점심 해결이다. 15 모네따 피자와 10 모네따 과일 음료
1 모네따 커피


호아끼나 까사의 아침 - 빵과 계란이 더 있다. 한국인, 일본인들은 호아끼나 까사에서 그룹을 만들어 쿠바 내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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