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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n 28. 2016

관타나모의 여인이여

트리니다드 2015년 5월 17일

사탕수수 대농장에서 아프리카 흑인 노예의 처참한 삶이 이어졌다.

그들의 아픔이 음악이 되고 춤이 되어 세계에 퍼져 나갔다.


쿠바는 1492년 콜럼버스의 제1차 항해 때 발견되었다. 쿠바는 정복 이후 곧바로 인접한 도시들과 멕시코 및 미국 등을 정복하려는 원정대의 기지가 되었다. 아바나가 바로 스페인이 지배하는 카리브해 식민지들의 수도였다.


스페인의 초기 식민지 관리 방식은 '엥코미엔다(Encomienda위탁, 위임)'이라 한다. 국왕이 식민지 정복자들에게 원주민을 위탁하는 제도이다. 즉 정복자들이 국왕으로부터 원주민을 위탁받아 보호하고 종교적으로 교육시켜 그들을 '문명화'시키는 의무를 갖는다. 정복자들은 원주민들을 '그리스도의 어린양'으로 만드는 의무를 가지는 대신에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었다. 


엥코미엔다를 기반으로 정복자들은 스페인 인을 이주시키기보다는 인디언을 잡아 강제 노동을 시키거나 아프리카에서 흑인을 잡아다가 노예 노동을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혹사와 전염병으로 원주민은 사라지고 쿠바는 이제 흑인들과 혼혈인들의 나라가 되었다. 


쿠바의 토양과 기후에 잘 맞는 사탕수수는 한때 전 세계 설탕 생산의 1/3을 차지한 쿠바의 주요 수출품이다. 담배와 함께 스페인의 자본을 늘리는 가장 중요한 품종이었다. 트리니다드는 강제 노동과 노예 노동의 사탕수수 대농장이 운영되었던 곳이다. 


이 바닷가 어디에선가 아프리카의 노예들이 태양 아래 어우러져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강제로 자신들의 땅 아프리카를 떠나야 했던 흑인들은 이 곳 쿠바에서 자신들의 감성을 담은 새로운 음악과 춤들을 만들어냈다. 하바네라, 손, 맘보, 차차차, 살사, 룸바 등 쿠바가 탄생시킨 음악들의 리스트는 끝이 없다.


또한 언제나 자유분방하고 매력적인 춤을 만들어내고 세계로 퍼뜨려온 곳이다. 1940년대에 맘보, 50년대에는 차차차, 그리고 1960년대는 쿠반 살사가 그 영광을 이어왔다. 쿠바 전통의 음악이자 춤인 손과 아프리칸 룸바를 이어받은 쿠반 살사는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인기가 높다. 흑인 노예의 처참한 삶을 기억하려는 듯 아프리카에서 듣던 것보다 더 아프리카스러운 룸바도 들을 수 있다.


아바나는 스페인이 지배한 카리브해 식민지들의 수도였다. 여러 식민 도시에서 모은 금은보화와 신대륙의 산물들은 아바나 항에 모인 후, 해적들을 피해 세비야로 향했다. 그리고 그 금은보화와 함께 새로운 음악과 춤들이 쿠바를 출발해 세계 모든 곳으로 퍼져 나갔다.


아바나에는 '부에나비스타'라는 이름을 단 연주들이 여러 호텔과 공연장에서 있지만, 관광객들을 위한 여흥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곳 트리니다드는 때 묻지 않은 그들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재즈 카페, 살사 공연장들이 있고 광장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그들의 흥이 끊이질 않는다. 

 

바닷가의 조그마한 마을이지만 아름다운 해변과 파스텔톤의 집들, 조약돌로 포장된 길이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밝은 얼굴로 건네는 인사가 있고 밤이 되면 온 마을을 덮을 것 같은 살사 음악과 춤이 이어진다. 동행한 처자가 찍어 선물하는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흥분된 얼굴을 감추지 못하는 곳이다. 

  

사탕수수 농장으로 가는 느리디 느린 증기기관차를 타면 정겨운 동네 아저씨 같은 가수 한분이 기타 하나를 들고 부르는 관타나메라를 들을 수 있다. 라틴 음악 중에서 베사메무초를 제치고 가장 많은 가수가 부른 노래로 제2의 쿠바 국가로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는 노래이다. 


관타나메라는 쿠바의 민족시인 '호세 마르티'의 시에서 노랫말을 따온 것이다. 순박한 관타나모 아가씨에 빗대서 쿠바 민족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것이라 한다. 하지만 관타나모는 미국-스페인 전쟁의 결과 1903년 이래 미국의 해군기지가 되었다.


관타나모의 여인이여, 관타나모의 시골 여인이여

나는 진실한 사람이라오 

야자수가 자라는 마을 출신이랍니다

그리고 내가 죽기 전에

나는 내 영혼의 시를 쓰고 싶어요 

나의 시는 신선한 초록색이며

불타는 쟈스민입니다 

나의 시는 산에서 피난처를 찾는..

상처 입은 사슴입니다

관타나모의 여인이여, 관타나모의 시골 여인이여 


까사 데 라 무지카 '음악의 집' 이라는 뜻이다.
라이브 카페 형식으로 밤 늦게까지 공연이 이어진다.
앙꼰 해변
사탕수수 농장으로 가는 기관차
빼드로 이스나가 사탕수수 농장의 감시탑에서 보는 풍경
사탕수수 대농장이 있던 곳이다.
지내던 며칠동안 친했던 동네 아이들
식료품 가게에 물품이 거의 없다.
시가를 즐기는 시간
아바나 클럽 - 사탕수수로 설탕을 만들고 남는 찌거기로 럼주를 만든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자 인근 주민들이 다 모여든다.
숙소의 아침식사
14 쿡의 랑고스타 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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