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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l 01. 2016

럼과 시가에 취해

바라데로 2015년 5월 19일

사회주의 국가 중 하나인 쿠바에서 자본주의 냄새가 자욱한 곳

세르베싸, 모히또, 다이끼리를 한 잔씩 돌다 보면 결국 럼으로...


쿠바의 최고 휴양지를 꼽으라면 바라데로를 이야기해야 한다. 에메랄드 빛의 카리브해 바다가 펼쳐진 쿠바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관광지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외국인 전용 해변이 있고 그 해변가에 몇 개의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마지막까지 남은 사회주의 국가 중 하나인 쿠바에서 자본주의 냄새가 자욱한 곳이다. 식사는 물론 술까지 모두 포함하는 올 인클루시브 비용이 57 쿡이다. 아름다운 해변의 석양 아래에서 세르베싸(맥주), 모히또, 다이끼리 그리고 럼에 푹 빠진다.


트리니다드에서 음악과 춤에 취했고 이 곳에서 다시 럼에 취한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해야지'가 유행어가 되었지만 모히또의 본고장은 쿠바다. 탄산수에 민트를 가득 넣어주는 모히토(Mojito)는 럼이 베이스다. 쿠바를 대표하는 럼인 아바나 클럽이 들어가야 하고 잔에 가득 넘치듯 넣어주는 민트향이 있어야 한다. 


헤밍웨이가 모히또를 즐겼다고 하지만 정작 그가 사랑한 술은 설탕도 넣지 않고 씁쓸한 그레이프 프루트 주스와 앵두술만 넣은 심플한 타입의 다이끼리(Daiquiri)이다. 아바나에 있는 '플로리디따'라는 카페가 그가 즐겨 찾는 곳이었다. 'Mi Daiquiri.. en el Floridita(내 다이끼리는 라 플로리디따에 있다)'라고 했을 정도라 한다.


그냥 즐기면 된다. 세르베싸, 모히또, 다이끼리, 럼콕을 한 잔씩 돌다 보면 결국 럼으로 가고 럼 더블을 외치는 나를 발견한다. 하루쯤 럼에 빠져 보는 것이다.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나라 쿠바다. 혁명 후 공산화된 쿠바에서 추방당한 헤밍웨이는 이 바다 바로 건너편인 플로리다에서 쿠바를 그리워하다 1년 만에 엽총 자살을 한다. 그 상남자를 추억하던 체 게바라를 추억하던 이 에메랄드 바다가 모든 것을 품어 줄 것이다.


럼과 함께 하는 친구로 시가를 뺄 수는 없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자살을 결심한 알 파치노는 자신과 함께 하던 청년에게 '몬테크리스토 넘버원을 사와.'라고 말한다. 그 명품 시가를 구하는 동안 자신의 자살을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쿠바의 담배 공장에서는 장시간 일하는 작업자들을 위해 소설책을 읽어주는 전통이 있었다 한다. 읽어주는 소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었고 쿠바의 시가의 이름이 '몬테크리스토'가 되었다. 프랑스 왕정 시대를 풍자하고 통쾌한 복수극으로 소설의 전권에 넘쳐흐르는 정의감과 인정미가 이 곳 쿠바 노동자들의 정서이고 그 정서가 명품들을 만들어 쿠바의 상징이 된 것이다.  


콜럼버스가 처음 쿠바에 도착했을 때에도 이곳 원주민들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쿠바 산 시가는 이 가난한 나라를 먹여 살리는 가장 중요한 수출품이다. 


시가 연기는 언제나 제 멋대로 흐른다. 미국과 쿠바가 국교를 정상화하고 자본주의의 파도가 시작된다면 가장 많은 변화가 몰아칠 곳이다. 2016년 9월이면 미국에서 쿠바로의 하늘길이 열리고 머지않아 플로리다에서 바라데로로 향하는 유람선이 수많은 관광객을 실어 나를 것이다. 쿠바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럼에 취해 다음 날 아바나로 향하는 택시에 휴대폰을 두고 내렸다.(4명의 일행이 모이면 쿠바 내의 버스비와 택시비는 같아진다.) 힘든 쿠바 경제에 기여하고픈 마음이 컸나 보다. 휴대폰보다 그 안에 들어있던 쿠바의 사진과 영상들이 아쉽다. 아마도 쿠바는 한 번의 추억으로 남지 못하고 꼭 다시 만나야 하는 그리움의 대상이 될 것 같다. 


도심의 여행사에서 숙박권을 구입한 후 체크인이 가능하다.
이 곳에서도 기념품은 체 게바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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