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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l 04. 2016

꽃의 섬

플로레스 2015년 5월 27일

며칠 머물며 띠깔을 하루 투어로 다녀오는 곳이다.

강둑에 앉아 석양이 물드는 호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계획은 변경되라고 있는 것이지만 조금 많이 돌고 있다. 이렇게 하다 언제 여행이 끝나게 될지 모르겠다. 갈 때까지 가보는 거다. 가 보고 후회하는 것이 가지 못하고 아쉬워하는 것보다 낫다. 가 보고 후회하는 거다.


과테말라를 들어왔다. 플로레스(Flores)라는 섬이다. 원래 마야인들이 건설한 도시였으나, 스페인의 도시로 재개발되어 먀야 문명으로 대표되는 피라미드·사원 등이 파괴되었다. 어디에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지역의 행정 중심지라고 하는데 그냥 작은 시골 마을 분위기이다. 


마야 문명의 3대 유적지인 띠깔이 지척인지라 여행객들에게 이 곳은 며칠 머물며 띠깔을 하루 투어 정도로 다녀오는 곳이다. 띠깔을 포기하니 그냥 너무 긴 버스 일정을 피해 하루 쉬어 가는 곳이 되었다. 높은 기온과 모기에 대한 두려움은 밀림으로 들어가는 길을 망설이게 한다. 며칠 전 치첸이트사를 보았다는 것도 이유가 되었다. 


이 플로레스 호수 주변에는 27개의 마야 도시가 있었다고 한다. 마야 문명은 하나의 나라 이름이 아니라 수천 개의 도시 국가들이다. 처음 발견된 도시의 이름이 '마야빤'이었던 탓에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마야의 유적이 남아 있고 마야어를 쓰는 곳은 모두 통칭으로 '마야 문명'이라고 한다.


이 곳을 점령한 스페인 정복자들이 그들의 책을 모두 태워 버렸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과 역사는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 돌에 새겨진 문양과 그림만으로 짐작할 따름이다. 띠깔에는 여의도 2배 크기의 도시가 있었고 6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었다. 7세기에는 마야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고 한다. 금속이 없는 석기 문명으로 25층 높이의 사원을 지었던 문명이다.


그들은 악어의 등위에서 산다고 믿으며 옥수수를 재배하며 옥수수에 지탱해서 살아갔다. 사람이 옥수수를 키운 것이 아니라 옥수수가 있었기에 그들은 살아남은 것이다. 옥수수가 사람을 키웠다. 


중앙아메리카 멕시코 지역에서 처음 경작된 옥수수는 해발 2,400미터의 고산지대부터 해안 저지대까지 어떤 땅, 어떤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기적의 작물이다. 씨앗 하나로 100배, 200배를 수확할 수 있고, 재배과정 또한 씨앗을 심기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농부 한 명이 1년에 50일만 일해도 4인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 


해의 신, 달의 신의 아버지가 옥수수 신이며 옥수수 신이 그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신이다. 옥수수 신을 자신의 몸에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납작하게 만드는 편두를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렇게 자연의 혜택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플로레스는 포르투갈 언어로 꽃이다. Isla De Flores, 꽃의 섬이라는 뜻이 된다.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보다는 못하다지만 구석구석 심어진 꽃들과 초록의 길을 걷는 것도 좋고 강둑에 앉아 석양이 물드는 호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걸어서 1시간이면 다 둘러볼 것 같은 호수 속의 작은 섬이다.


너무 평안한 풍경이 예전에 와 보았던 곳인 듯한 착각이 든다. 거리의 사람들 모습과 들리는 음악은 다르지만 왠지 동남아의 어느 강가인 것 같다. 그냥 지나치는 도시로 생각하려다 너무 아름다운 석양에 사진 몇 장 올려 본다.


강변의 레스토랑의 꽃들이 예쁘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의 교회와 운동장
숙소 로비 - 마야 문명의 영향을 받은 곳은 해골 모습의 장식이 많다.
벨리즈와 과테말라의 국경
벨리즈시티~플로레스 구간의 버스 - 중미는 이런 버스의 이동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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