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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 Sep 29. 2021

젊은 사람이 아픈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

                                                                                                                                        

“건강하세요.”




이 말은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덕담이다. 식상해 보일 수 있으나 나는 이 말에 진심을 꾹꾹 눌러담는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답은 ‘건강’이다.


나는 삶과 죽음에 관심이 많다.


내가 20대에 크게 아팠고 그 이후로도 지속적인 관리를 받고 있어 그럴 수도 있다.  암이나 중증 질환과 싸우는 젊은 2-30대 환우의 유튜브 영상도 자주 시청하고 몇몇 환우분 채널은 구독하기도 한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


그 두 가지를 따로 분리하여 생각할 순 없지만 내 경험을 떠올려 보자면 육체적 고통이 결국 정신까지 피폐하게 만드는 것은 확실하다.




환자들에게 밤은 고통이다.

나에게도 고통 때문에 눕지도 못했던 날들이 있었다.앉은 채로 꼬박 밤을 새웠던 날들.

마주본 자리에 계셨던 할머니와 함께 서로를 말없이 위로하며 보냈던 시간들.그 때의 그 밤들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죽음을 생각하게 되던 날들이었다.



‘그냥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한다면 죽는게 낫겠구나’ 싶었던 날들.


함께 병실을 쓰고 연락을 종종 주고 받던 환우들의 안타까운 소식은 내 곁에 항상 죽음이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게 했다.


대학병원에서 수술 후 5주간 입원하며 겪었던 병원 생활, 병실 환자들이 살아온 삶의 여러 모습들은 말로, 글로 표현하기엔 무척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어떨까?


특히나 젊은데 아픈 사람을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


젊은 사람이 아픈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


첫째, ‘어쩌다 이렇게... 젊은 사람이 안 됐다.’라는 시선들을 감내해야 한다. 이 시선 속에는 사람이 가진 착한 본성이 들어있지만 그 시선은 오히려 젊은 환자를 더 쪼그라들게 만든다.


둘째, ‘흘러가는 시간을 아깝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  몸이 나았다고는 하나 주기적으로 치료 및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요즘 젊은이들의 시간개념과는 달라야 한다.


내 배에는 수술로 인한 큰 흉터가 있다. 수술로 끝난 것이 아니다.  췌장은 예민한 장기라 한 번 수술로 자극을 받은 췌장은 1년 1-2번 정도는 탈이 난다.


끝났지만 끝난 것이 아닌 상태로 나는 잘 살아가고 있다.


다른 누군가는 돈이나 명예, 개인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간을 쪼개어 쓰고 밤을 지새며 일을 하지만 나에게는 무리라고 판단한다.


'나는 아프니까 안 돼'라는 패배감을 느낀다기 보다는(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냥 지금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하루를 무리하지 않으면서 살아내고 나의 몸을 잘 들여다보며 살아간다. 주변 환경, 앞서가는 타인들을 보며 조급해지는 마음도 잘 다스려야 한다.


젊어서 아팠던, 지금도 그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한 몸을 가진 30대의 한 사람인 나.


13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나의 삶을 살아냄이 가족과 이웃, 세상에 조금이나마 가치있는 의미가 있기를, 그 의미가 지속되기를 매일 밤 기도한다. 함께 매일 밤 기도해 주는 남편, 아이들까지 있으니 감사하고 든든하다. (지윤, 무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삶에 대한 강한 열망을 느낀다.)




PS. 의학기술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의료진, 연구진들에게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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