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판 불변의 법칙 in 세비야

날씨야 어떻든 이쁜 건 어쨌든 이쁘다.

by ERIN



본판 불변의 법칙 :

어떠한 물리적인 변화를 가하더라도 원판은 변하지 않는다. 보통은 과거에도 아름답고 지금도 아름다운 사람들이나 어떤 해괴망측한 것을 해도 아름답고 멋있는 사람들에게 쓰지만, 여행에서 이 법칙은 조금은 다르게 적용된다.


도시의 본판 불변의 법칙 :

아무리 춥거나 더워도 아름다운 도시는 여전히 아름다우며, 그 만의 매력을 뽐낸다. 마치 스페인의 세비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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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

세비야에 도착하자마자 외쳤다.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확인하면 최고 기온 38도, 체감 기온? 상상 그 이상. 아침에 확인하자마자 응?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두어 번 깜빡거리고 다시 확인해도 그 온도. 후, 그렇다고 숙소에 계속 있을 수도 없고, 당시 내가 묵었던 숙소는 청소한다는 이유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출입도 불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었지만, 주인장이 오지 말라니 나는 아침에 매일 얼음물 두 개씩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이런 더위에 뭘 봐야 하나, 게다가 스페인은 시에스타라고 해서 오후에는 상가의 문도 안였는데 와 나는 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 약간 길 잃고 집도 없는 아이가 되어 길가에 서있었다. 그리고 그냥 내 눈에 보이는 걸 하나씩 사진으로 찍었는데, 그게 그렇게 아름답더라. 역시 본판 불변의 법칙이다.

예쁜 애들이 비를 홀딱 맞아도, 쌩얼로 만나도 그리고 진흙에 한바탕 굴러도 아름답듯, 이쁜 도시는 더워도 그리고 추워도 예뻤고, 더 반짝였다. 그렇게 아름다운 세비야를 확인하자 내 손에 들려있던 얼음물 두 병은 마치 게임의 생명수와 같이 느껴졌고, 이 두 병을 믿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IMG_7288.JPG 물 두 병도 다 마시고, 믿을 구석이 없어 산 아이스크림. 더워서 맛을 느끼기보단 시원함을 느끼며 먹었다.


그러다가 한 두시쯤 되었을까, 걷다가 ‘와, 못해먹겠다’ 싶을 정도로 너무 덥고, 모자를 썼음에도 이를 뚫고 들어오는 햇빛에 정수리가 타 없어질 것 같았다. 다른 방도가 필요했다. 일단은 좀 시원한 곳에 들어가 정신 차리고 생각부터 하자 싶어 근처에 보이는 카페로 무작정 들어갔는데 점원이 갑자기 무슨 안된다며 들어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는 게 아닌가? 응? 뭐지? 그리고서 스페인어로 뭐라 뭐라 하는 걸 듣는데 단어 ‘시에스타’가 들린다. 시에스타, 아 이게 그거구나. 스페인의 문화라는 시에스타, 날이 너무 더워 오후에는 일정 시간 낮잠을 자는 시간이다.


하- 그렇구나,
내가 지금 현지인도 너무 더워 쉬는 시간에
내가 지금 여행하겠다고 돌아다니는 거구나.


그렇게 카페에서 거절을 당하고 길거리로 다시 나오는데 너무 더워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없더라. 그래서 문이 활짝 열린 곳으로 그냥 냅다 달리듯 들어갔는데, 그게 바로 행복을 판다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 그리고 얼음을 찾아 탄산음료를 주문했다. 스페인은 물론이고, 많은 나라의 프랜차이즈 매장(맥도널드, 버거킹 등)에서는 Soda dispenser가 밖에 나와있어서 손님이 컵만 있으면 언제든지 계속 무한으로 마실 수 있다. 그렇게 매장에 자리 잡고서 태양이 화를 덜 낼 때까지 탄산음료를 마셨다. 그날 내게 탄산음료는 신의 음료였다.


IMG_7289.JPG 해가 뉘엿뉘엿 지니 세비야의 아름다움은 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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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321.JPG 해가 자취를 감추고 달이 들어오자 사람들의 활기가 더 사는 것 같았다. 상점은 닫혀있어도 사람들은 왠지 더 복작스럽달까?

그늘이 조금 드리우자 나는 바로 거리로 다시 나갔다. 그늘 안에서는 바람이 선선히 부는 게 언제 그렇게 더웠냐며 나를 놀리는 것 같았고, 해가 자취를 감추니 조명이 은은하게 비치는 세비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김태희의 탱고 CF로 유명한 스페인 광장은 말할 것도 없었고, 지나가는 골목골목마다 주황색 빛이 만드는 또 다른 세비야는 역시나 본판 불변의 법칙. 아름다웠다.


혹시 날씨가 괜찮다면 자전거를 빌려 세비야 스페인 광장에서 자전거를 빌려 한 바퀴 돌아보는 걸 추천한다. 나야 너무 더워서 자전거는 무슨 그냥 나가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지만, 날만 좋다면 광장에서부터 과달키비르 강까지 자전거를 타고 슬슬 돌아다니면 웬만한 가이드 없이도 세비야를 맘껏 즐길 수 있고, 세비야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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