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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과 쌤 Dec 24. 2019

아이가 설사를 할 때 대처법

수분과 영양분 섭취, 손 씻기, 필요시에 병원 방문하기


겨울철이 되면 설사 때문에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병원에 많이 방문합니다. 설사를 일으키는 로타 바이러스나 노로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이런저런 진찰을 하고 있으면 옆에서 보고 있던 부모님께서 이렇게 많이 물어보십니다.


"계속 설사하고 토하는데 무엇을 먹여야 하나요?"


그럼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미음이나 죽 먹여주세요. 금식을 시키시면 안 됩니다."



왜 금식을 하지 않죠?


설사는 '물을 많이 갖고 있는 배설물'이기 때문에 설사를 계속하게 되면 결국 몸에서 수분이 부족하게 됩니다. 물은 우리 몸에서 여러모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수분이 빠져나가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분을 보존하는 것, 탈수를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옛날에는 설사를 하면 금식을 시켰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나올 게 없으니까 설사가 멈출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하지만 아무것도 안 먹어도 설사가 계속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만 나오는 경우죠. 들어가는 것 없이 물이 계속 나오면 결국 문제가 심각해지겠죠? 그래서 이제는 설사를 유발하지 않는 저자극성 음식의 섭취를 통해서 수분이나 영양분 보충을 해주어야 된다고 개념이 바뀌었습니다.



설사를 하면 수액 맞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수액은 수분과 전해질을 공급하는 굉장히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위장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혈관으로 수분과 전해질이 들어가니까 설사를 유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액을 주사하는 엄밀한 적응증은 '심한 탈수'일 때입니다. 심한 탈수가 아닌 이상은 입으로 수분과 영양분을 주는 것이 일차적인 치료 방법입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 설사를 하는 아이가 수액 주사를 맞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입으로 천천히 수분을 보충하거나, 입으로 먹이는 것이 어려울 경우 코에다가 '비위관(콧줄)'이라는 관을 넣어서 이를 통해 음식을 넣어주지요. 이럴 경우 상당한 인내심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설사하는 우리 아가, 그럼 무엇을 주면 될까요?


첫 번째로 고려하는 것은 경구 수액제 (Oral Rehydration Solution)입니다. 말 그대로 입으로 먹는 수액입니다. 동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는 제품도 있습니다. 다만, 맛이 아주 좋지는 않아서 아이들이 잘 안 먹으려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줄 때도 티스푼으로 천천히 주어야 합니다. 벌컥벌컥 마시도록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서히 우리 몸에 수분과 영양분을 보충한다는 느낌으로 한 숟갈씩 꿀꺽꿀꺽 차분하게 먹여주세요.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천천히 먹다 보면 어느새 꽤 많은 양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고려하는 것은 미음이나 죽입니다. 맛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소화에 부담이 적은 음식이죠. 이것도 천천히 먹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아직 이유식을 시작하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모유를 수유하거나 설사 분유를 먹이시면 됩니다. 분유에는 보통 유당이라는 당의 한 종류가 있는데 이것이 소화하는데 부담스럽기에 설사를 심하게 하기도 합니다. 모유에는 유당이 분유보다 더 많이 들어있지만 소화가 잘되는 형태의 유당이 들어있고, 설사 분유는 유당 함량이 적은 분유입니다.


전해질 음료는 권하지 않습니다. '수분 보충에 효과적'이라는 광고 문구는 건강한 사람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조금 섭취하는 것은 괜찮지만 많이 섭취하게 될 경우 설사를 오히려 더 심하게 할 수 있고, 나트륨이나 칼륨 같은 전해질 수치를 불균형하게 만들 소지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꼭 병원을 찾아주세요!


설사가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자칫하면 큰일 날 수 있습니다. 또한 설사의 원인 감별이

필요할 수도 있으므로 아래와 같은 경우, 꼭 병원을 찾아주세요.


아이의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

6개월 미만의 아이

미숙아이거나, 큰 질환으로 병원에 자주 입원한 아이

탈수가 심한 경우 (입이 마르고,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

체중감소가 확연한 경우

아이가 자꾸 자려고 하고 처지는 경우

소변을 장시간 (8시간 이상) 안보는 경우

설사와 함께 혈변을 보는 경우

설사 횟수가 너무 많은 경우 (하루 5-6회 이상)

설사와 토를 같이 많이 하는 경우

열이 같이 나는 경우

설사가 심하지는 않아도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손 씻기! 부모도 아이도 꼭 챙겨야 합니다!


설사의 원인으로 감염이 흔합니다. 이런 감염성 설사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손을 통해 입으로 들어가는 경로로 전염되기 때문에 손 씻기가 굉장히 효과적인 예방법입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설사를 할 때, 온 가족이 손 씻기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설사를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손 씻기에 꼭 신경 써주세요!






오늘은 아이와 부모가 모두 고생하는 설사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평소에 손 씻기를 잘하고, 설사 중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를 차분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하다면 병원에 내원해서 진찰을 받는다. 이렇게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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