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m 달리기 11일차
10km 달리기 11일차. 어제 하루를 쉬었기에 가뿐한 마음으로 뛰러 갈 수 있을 지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여전히 문밖으로 나가기까지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그래도 고.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자신의 형제를 죽인 황정민을 이정재(레이)는 미친듯이 쫓아다닌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과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정도로 쫓는 이정재에게 황정민은 묻는다. 왜 이렇게까지 나를 죽이려 하는 것이냐고. 거기에 대한 답변. "이유는 잊은 지 오래야." 이미 복수를 해야 하는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다.
달리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뛰고 있는 거지. 나는 왜 이렇게 추운 날 새벽에 달리고 있는 걸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달리기를 하고 있는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레이의 답변처럼 이유는 잊은 지 오래. 하지만 달린다. 더 이상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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