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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주세용 Oct 24. 2021

소화기, 커피 그리고 꼬마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적에도 호기심이 많았다. 항상 궁금했던  같다. 이건 뭘까.  이렇게 생겼을까. 어디에 쓰는 걸까. 호기심에 장난끼가 더해지니 부모님도 그걸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는 내과에 갔다가 대기실에 있는 소화기 손잡이를 잡았다.


조그만 소화기에서 그렇게 많은 분말이 나올 줄이야. 순식간에 병원은 분말로 덮였다. 사실 그 이후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 말로는 어린애가 모르고 그런 거라며 거기에 있는 분들이 아무도 화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누나들도 놀랐겠다며 나를 달래 줬다고.


가장 당황한 사람은 엄마였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전전긍긍. 이른 아침 카페에 앉아 있는데 그때  나이의 어린 숙녀가 커피와 빵을 바닥에 쏟았다. 매장 직원은 얼른 바닥을 닦았고, 젊은 부부는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를 했다. 어린 숙녀는 멍하니 서서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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