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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주세용 Mar 13. 2022

주말 빨래방

새벽 빨래방은 책을 읽기에 괜찮은 장소다. 은은하게 흘러 나오는 음악과 빨래가 돌아가는 소리가 합쳐져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진다. 거기에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 시원한 느낌도 있었다. 그때 젊은 여자가 문을 벌컥 열고 급하게 빨래방으로 들어왔다.


빨간색 커다란 내셔널지오그래픽 캐리어를 빨래방 안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빨래방 안을 두리번거리는 눈에 불안함이 느껴졌다. 나는 문을 닫아 달라고 했다. 봄이지만 새벽 공기는 역시 차가웠다. 여자는 빨래방 공기가 답답하다며 잠시 환기를 시키고 싶다고 했다.


빨래방 기계는 내 빨래가 들어간 것을 빼고 비어 있었다. 하지만 여자는 굳이 캐리어를 내 빨래가 돌아가는 곳 앞에 두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캐리어에서 끈적끈적한 액체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흰 바닥이라 액체는 선명하게 드러났다.


빨래가 끝나고 건조기에 옮기기 위해 빨래를 꺼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캐리어를 옆으로 살짝 밀었는데 상당히 묵직한 느낌이었다. 빨래 건조까지 끝났고, 날은 밝아왔다. 여전히 캐리어 주인은 보이지 않았고, 바닥에는 액체가 가득했다. 나는 읽던 책을 덮고, 빨래를 가지고 나왔다. 비는 그쳤고, 아침 공기는 시원했다.



주말 빨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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