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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주세용 Sep 12. 2022

마드리드에서 달리기를

하루키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그는 여행을 가면 달릴 곳을 먼저 봐두고 꼬박꼬박 달린다. 외국에서 달리기를 하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마침 정기적으로 달리기를 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이다.

스페인 출장.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6시까지 교육. 이어지는 단체 디너는 자정 무렵 끝이 난다. 한국인 2명, 유럽인 16명. 나도 영어를 못하지만 그들도 영어가 익숙하지 않다. 서로 통하지 않는 언어로 토론하고 발표를 한다. 첫날 머리가 너무 아팠다.

들어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들 마찬가지였다. 강사는 안 쓰던 영어를 쓰면서 뇌에 있는 회로를 전환하는 과정이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라 했다. 시차 때문에 4시에 깬다. 피곤하지만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운동화를 신고 나간다.

선선하고 뛰기 좋은 날씨. 처음에는 레티로 공원까지 걸어가서 달리기를 했다. 다음 날에는 호텔을 나서면서 바로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뛰다 보니 5킬로, 7킬로, 11킬로, 13킬로미터로 거리가 늘었다. 7일 동안 60킬로미터를 뛰었다. 하루 평균 8.5킬로미터.

공원 안만 뛰다가 공원 밖으로 뛰고, 시내 중심가를 달렸다. 새벽의 시내는 낮의 시내보다 어떤 면에서 더 활기가 있었다. 낮에는 볼 수 없는 그런 것들. 그렇게 매일 뛰다 보니 어느새 교육이 끝났다. 교육이 끝나면 20킬로를 뛰어 보려고 했다.

교육 시작시간 압박도 없고, 마음 편하게 뛰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뛸 수 없었다. 일찍 일어날 수도 없었고, 다리가 아파서 뛸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그동안 어떻게 뛰었나 싶을 정도. 대신 바다에 들어가 천천히 수영을 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번에 아침마다 달리기를 하며 느꼈다. 이렇게해도 저렇게해도 시간은 지나간다는 거. 빡빡해도, 한가해도, 힘들어도, 슬퍼도, 즐거워도 시간은 지나간다. 그렇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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