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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주세용 Sep 28. 2022

새벽 빨간 하이힐 소리와 바다 속 풍경

9월 28일

새벽 공원의 가로등 불빛은 따뜻하다. 해가 뜨려고 꿈틀대며 아직은 어둠이 남아 있는 시간. 5km 달리기를 마치고 공원 벤치에 앉아 풀벌레 소리 가득한 공원을 둘러봤다. 멀리 보이는 편의점 불빛과 이른 새벽 출근을 하는 사람들. 오랜만에 프리다이빙을 할 때 배웠던 렁 스트레칭(Lung Stretching)을 했다.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한다. 들숨과 날숨을 느끼며 폐를 팽창시켰다가 폐에 있는 공기를 최대한 빼 본다. 깊은 바다 속에 들어가는 걸 상상하며 천천히 호흡한다.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된 것처럼. 그 순간 나는 이미 물 안에 있고 자유롭게 물속을 돌아다닌다.


'또각또각'. 멀리서 하이힐 소리가 들린다. 일정하지 않은 리듬. 소리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또각 또각, 또-각'. 눈을 떠 보니 가로등 아래 새빨간 하이힐이 보인다. 너무나 빨갛고 반짝이는 하이힐. 하이힐을 신고 있는 사람은 딱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고 있다. 키가 크고 긴 생머리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한다. 다시 바다로 돌아가고 싶은데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천천히 하이힐 소리가 끊겨서 들린다. 이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있는 것 같다. 드문 드문 걸음을 옮기는 소리. 다시 눈을 떠 보니 하이힐이 보이지 않는다. '또각또각'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이상하다.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내가 정말 하이힐을 본 것이 맞나? 분명 하이힐을 신은 사람이 있었는데. '또각또각' 소리를 들었는데.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가을은 새벽 기온이 좋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공기. 가로등이 꺼지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오늘은 9월 28일.

Happy birthday to me.



#새벽기상 #풀벌레 #하이힐

#프리다이빙 #렁스트레칭 #해피버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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