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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주세용 Nov 19. 2022

iPhone 14, Click, Skip

최근 도쿄에 다녀왔다. 해외에 가면 구글 맵은 필수. 계속 지도를 보고 체크하다 보니 핸드폰 배터리가 금방 소진되었다. 일본에서는 카페에서 전기 콘센트를 함부로 쓸 수 없다. 허락 없이 전기를 쓰면 전기 도둑이 된다. 일종의 절도죄.


돌아다니다가 핸드폰을 충전하기 위해 중간에 숙소에 들렀다. 물론 보조배터리가 있으면 간단하겠지만 핸드폰 충전도 하고 몸도 충전하고 겸사겸사. 최근 핸드폰 배터리가 부쩍 금방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속 충전하지만 불편함이 컸다.


저장 용량도 꽉 차서 주기적으로 사진과 앱을 지워도 버벅거리는 느낌. 예전에 사설 업체에서 아이폰 배터리를 교체했다. 딱 일주일 동안 늘어난 배터리 수명에 만족했으나, 그 후 핸드폰이 꺼지고 다시는 켜지지 않았다. 겸사겸사 아이폰 14를 쿠팡에서 주문하려고 하다가 당근마켓을 보게 되었다.


중고가 아닌 미개봉 새 상품이 있었다. 안 살 이유가 없었다. 기존 아이폰과 새 아이폰을 옆에 두면 똑같이 복제된다. 이건 처음 해보는 거라 신기했다. 한 시간 후 새 아이폰에 기존 아이폰에서 쓰던 내용이 그대로 들어왔다. 살짝 후회됐다. 새 핸드폰인데 변한 게 없으니 설렘이 없었다.


핸드폰을 샀을 때 재미는 처음 세팅하는 과정과 필요한 앱을 하나씩 설치할 때 느끼는 것인데. 새로운 기능에 신기해하고, 높아진 카메라 성능에 감탄하고.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과정이 생략되었다. 문득 영화 클릭이 생각났다.


인생에서 귀찮은 순간을 리모콘으로 스킵하다 보니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 스킵되었다는 스토리. 설렘이 없어지고 편리함이 당연한 것이 될 때. 그 시간은 기억에서 금방 사라진다. 때로는 불편하고 귀찮은 그 순간이 어쩌면 소중한 시간이라는 거.


iPhone 14, Click, Skip.

#아이폰14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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