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회사생활 11년차, 퇴사를 꿈꾼다

소설

by 봉봉주세용

회사 생활 11년 차인 강낫또씨는 요즘 퇴사에 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모든 것을 걸고 공부한 덕분에 명문대에 진학했고 대학에서도 열심히 스펙을 쌓아 바늘구멍보다 통과하기 어렵다는 대기업에 들어갔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한눈팔지 않고 성실하게 일한 덕분에 승진에서 누락되지 않고 차근차근 진급을 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집 한 채 장만하지 못했다. 회사 생활 초반에는 자신의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돈이 모이질 않았다.


학자금 대출을 갚고 나니 어머니가 누적된 노동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했다. 어머니 병원비와 부모님 생활비를 대느라 한동안 또 돈을 모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지금 사는 빌라 전세금을 빼면 모은 돈이 없었다.


강낫또씨가 받는 월급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아기를 낳고 키우려고 생각하니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주식에도 손을 대 보고 얼마 전에는 대출을 받아 코인에 투자했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투자금액의 반의 반 토막이 난 돈이 전부였다.




강낫또씨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미 회사에서는 중간 관리자급이었는데 뛰어난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어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게 느껴졌다. 강낫또씨는 마케팅 부서로 입사해서 재무서비스 파트를 거쳐 지금은 구매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부서 특성상 특별한 업무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어서 대체되기 쉬운 포지션이었다. 지금은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있지만, 만약 그 울타리 밖으로 나가야 한다면 경쟁력이 0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낫또씨는 점점 자신이 퇴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부터 강낫또씨가 무기력한 것은 아니었다. 신입사원 때에는 매일 온몸에 힘이 넘쳤다. 어시스턴트 마케터였지만 과감하게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공격적으로 자기주장을 했다. 하지만 그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하려고 할 때마다 선배들은 그를 못마땅한 듯이 바라봤고 때로는 따로 불러내어 혼을 냈다.


조직 생활을 하려고 하면 튀지 말라는 충고와 함께.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


강낫또씨는 점점 조직 생활에 적응하며 시키는 일만 최소한으로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새로운 업무를 더는 제안하지 않았고 업무를 주면 적당히 처리하는 스킬을 늘려갔다.


그와 함께 입사했던 동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빛이 초롱초롱하던 열정적인 동기들도 어느새 시키는 일만 하는, 아니 시키는 일도 왠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하는 피곤한 중년이 되어 있었다.


가끔 동기들과 술을 마시면 하는 얘기가 대부분 자녀 교육 얘기였다. 대부분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두고 있었지만 어디가 학군이 좋다, 어디 학원이 잘 가르친다, 교육비가 한달에 얼마씩 나가서 힘들다 등의 얘기가 대부분 이었다.


강낫또씨는 동기들과 얘기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몇 년이나 회사에 더 다닐 수 있을까.




회사에 다니는 하루 하루가 편하지 않았다.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해야 할까. 강낫또씨는 6개월 전 2년에 한 번 하는 정기 건강 검진에서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다. 암 중에서는 그나마 가벼운 암이라고 했지만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하기 위해서는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데 드물지만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사실 두려움이 컸다.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그건 바로 죽는다는 것이니까.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회사에 다니며 해외여행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그때는 수술 전 아내와 3박 4일 동안 일본 삿포로로 여행을 다녀왔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3박 4일 동안 모든 순간을 즐기려고 했다.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


그렇게 여행을 다녀온 후 어느 정도 내려놓은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다행히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났고 건강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의사는 갑상선 암에 특별한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병의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암이라는 것은 단기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되며 만들어지는 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강낫또씨는 스트레스에 내성이 강하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그는 갑상선 암 수술 후 회사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당장에라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지만 먹고 살 다른 대안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튜브로 대박을 낼 수 있다면. 강낫또씨는 그래서 유튜브에 더 매달리고 집착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