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소설

by 봉봉주세용

강낫또씨 재취업 8일 차. 아침 일찍 사장은 강낫또씨를 사장실로 불렀다.



“회사 생활은 어때? 이제 적응이 좀 됐어?”


사장이 차를 마시며 물었다.


“네.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강낫또씨는 무릎에 손을 올리고 깍듯하게 대답했다.


“우리 직원들이 다 착하고 괜찮아. 잘 챙겨주지?”


“네. 잘 챙겨주더라고요. 덕분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강낫또씨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래. 다행이구먼. 그건 그렇고. 이제 S사에서 발주가 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사장은 기대에 찬 목소리로 강낫또씨에게 물었다. S사라면 강낫또씨가 일했던 대기업이다.




“S사요? 그 회사와 최근에도 거래하고 있는 게 있나요?”


강낫또씨는 의아해서 물었다. S사와의 거래는 끊긴 지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최근에는 없지. 그래도 강부장이 우리 회사에 왔으니까. 거래를 다시 틀 수 있지 않겠어?”


사장이 말했다.


“아.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S사 거래 조건이 워낙 까다로워져서 포에버 상사에서 맞추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요.”


강낫또씨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이 사람아. 거래라는 것이 쉬운 게 어디 있나? 다 맞춰가면서 하는 거지. 강부장이 S사에 오래 있었고 퇴사한 지도 얼마 안 됐으니까 동료들이 남아 있을 거 아냐? 그 사람들이랑 커넥션 좀 만들어봐.”


사장은 점점 목소리가 높아졌다.


“동료들이 남아 있는 건 맞는데요.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절차도 워낙 복잡하고요. 한 사람이 거래를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요즘은 공정위 기준에 맞춰 까다롭게 감사를 해서 예전처럼 꽌시로 거래를 따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강낫또씨가 말했다.




강낫또씨가 예전에 구매부에서 근무할 때 퇴직한 선배들이 한 번씩 찾아와 부탁하고는 했었다. 선배들의 부탁을 대부분 거절했지만 강낫또씨도 사람인지라 최종 구매 결정을 할 때 어느 정도는 반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


정으로 계약하고 물량을
발주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모든 것은 냉정한 심사를 거쳐 수치화하고 계약에 반영되었다. 강낫또씨가 퇴사할 즈음에는 꽌시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강부장. 왜 이렇게 사람이 꽉 막혔어? 그래도 우리 회사에 입사했으면 최소한 S사에서 어느 정도 이상의 물량은 따 와야 할 거 아냐?”


사장은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


큰 소리가 나자 직원들은 사장실 앞을 기웃거리며 무슨 일인지 살펴보고 있었다. 사장은 목소리를 높여 말을 이어갔다.


“이런 것까지 사장인 내가 얘기해야 해? 사람이 그렇게 눈치가 없어?”


사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강낫또씨는 고개를 숙이고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강낫또씨는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잘못한 것인가.’




강낫또씨는 한참 후 사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봤다. 빈 엑셀 시트 화면에 커서가 껌벅이고 있었는데 강낫또씨의 마음과 비슷한 것 같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때 김과장이 옆으로 다가와 강낫또씨에게 말했다.


“강부장님. 담배 한 대 피우고 오시죠.”


“저 담배 안 피우는데요.”


강낫또씨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바람 좀 쐬고 오자고요. 자 가시죠.”


김과장은 강낫또씨의 어깨를 잡고 일으켰다.


강낫또씨는 마지못해 김과장을 따라 사무실 뒤편에 있는 흡연실로 갔다.


“강부장님. 커피 드시죠?”


김과장은 자판기에 100원짜리 동전 4개를 넣고 밀크커피 2잔을 뽑아서 강낫또씨에게 1잔을 건넸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강낫또씨가 말했다.


“이럴 때는 바람 쐬면서 커피 한잔하는 게 최고죠.”


김과장이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커피 맛있네요.”


오랜만에 마셔보는 자판기 커피였다.


달달한 커피 맛이 혀에 착 감기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아메리카노나 드립 커피만 마시다 보니 어느새 커피 믹스의 달콤한 맛을 잊고 있었다.


“사장님이 화내는 거 처음 봐서 당황하셨죠? 사장님 성격이 원래 붙같아요. 평소에는 차분하신데 종종 그렇게 화낼 때가 있거든요.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화를 주체하지 못해서 소리 지르고 심하면 책상에 있는 거 던질 때도 있어요.”


김과장이 담배를 한 모금 빨고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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