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강낫또씨는 재취업을 결심했다. 아내인 송유정씨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강낫또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유튜브를 하는 동안 생활비를 아내 혼자 벌어왔는데 이제는 강낫또씨가 벌어야 한다.
유튜브로 광고 수익이 입금되고 있었지만 콘텐츠 촬영하기에도 빠듯한 금액이고 일정치 않았다.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안정적인 월급이 필요했다.
강낫또씨는 취업사이트 5곳에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했다. 11년 동안 회사에 다니며 해 온 업무 성과를 정리하고 자신의 포부를 정성스럽게 적었다.
자격증 칸에 기재한 것은
운전면허증밖에 없었다.
입사 지원서에 기본적으로 적는 어학 성적은 아예 없었다. 11년 전 회사에 입사할 때 토익 시험을 보고 그 이후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 교양으로 수업을 들으며 따 두었던 워드프로세서 2급 자격증이 있었지만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군대에서 땄던 태권도 1단 단증도 있었지만, 프로필에 기재했다가 왠지 쑥스러워서 삭제했다. 강낫또씨는 취업사이트에 등록한 자신의 프로필을 보며 민망함과 허무함을 느꼈다.
11년 동안 대기업에서 나름 열심히 회사 생활을 했고 과장으로 퇴사했지만, 딱히 내세울 만한 것도, 특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마케팅, 재무, 구매 부서를 거쳤지만, 전문가라 할 만한 수준의 업무 역량은 아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업무를 시스템에 따라 처리했을 뿐이다.
강낫또씨는 프로필에 들어갈 여러 가지 질문에 답하고 자신에 대해 글을 쓰며 11년 동안 대기업에 다니며 자신에게 무엇이 남았는지 생각해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강낫또씨는 머리를 뜯으며 자책했다.
도대체 11년 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직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공고를 하나하나 자세히 읽어 봤으나 강낫또씨가 지원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강낫또씨는 영업직부터 해서 자신이 지원할 수 있는 모든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30여 곳 정도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으나 연락이 온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헤드헌터와는 몇 차례 통화 했으나 강낫또씨 스펙으로 입사할 수 있는 회사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40대가 된 강낫또씨의 나이가 우선 걸림돌이었다. 30대 중후반만 되었어도 이직할 수 있는 회사를 찾기가 어렵지 않았을 거라고 헤드헌터는 얘기했다. 애매한 나이 40대. 그리고 과장으로 퇴사했다는 것 역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리로 퇴사를 했다면 재취업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강낫또씨가 재취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프로필을 등록한 지 2달이 다 되어서 중소기업 한 곳과 면접 일정이 잡혔다. 헤드헌터는 그 중소기업이 얼마나 좋은 회사인지, 본인이 얼마나 어렵게 면접을 잡은 것인지 20여 분 동안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강낫또씨에게 철저히 면접을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강낫또씨가 면접을 보기로 한 회사 이름은 포에버 상사. 강낫또씨는 인터넷으로 회사 정보를 찾아보다가 깨달았다.
포에버 상사는 강낫또씨가
구매부에서 일할 때 거래했던
회사 중 한 곳이었다.
면접과 입사 과정은 간단했다. 강낫또씨는 포에버 상사 사장님과 1:1 면접을 진행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합격이 결정되었다. 사장님은 강낫또씨의 인상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특별한 질문도 없이 바로 부장 직급으로 채용.
부장 직급이었지만 월급은 세전 200만 원 초반이었다. 강낫또씨는 면접을 진행하고 3일 후 바로 출근을 해야 했다. 포에버 상사에 다니는 정직원은 총 34명이었는데 강낫또씨가 첫 출근날 직원들 앞에서 인사를 하자 싸늘한 반응이 돌아왔다.
직급은 부장이었지만 강낫또씨에게 부장이라고 부르는 직원은 없었다. 사장님만 유일하게 강낫또씨를 강부장이라고 부를 뿐이었다.
강낫또씨에게 주어진 업무는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었다. 소속은 구매 부서였지만 영업과 마케팅, 재무까지 함께 봐야 하는 구조였다. 일주일 동안은 업무 파악 기간이었는데 사장님이 강낫또씨에게 붙여준 김과장이라는 사람은 강낫또씨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김과장은 자신이 해야 할 업무를 처리하며 동료들과 잡담을 했고 강낫또씨는 그런 그들을 멀뚱멀뚱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강낫또씨에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은 사장님이 유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