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마포구에 있는 JTBC 본사 스튜디오.
강낫또씨는 출연자 대기실에서 거울을 보며 얼굴 근육을 풀고 있다. 얼굴을 찡그렸다가 활짝 웃기도 하고 눈을 꽉 감았다가 크게 뜨기도 하면서 얼굴 근육이 이완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잠시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오늘 자신이 해야 할 멘트와
상황을 상상해 본다.
그를 비추고 있는 수많은
조명과 방송 카메라,
다양한 영상장비.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점점 빨간 카메라 불빛을 보며 얘기하는 게 익숙해진다. 성공적인 녹화와 촬영을 끝냈다는 감독의 컷 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방청객의 박수와 환호성.
강낫또씨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오랜만에 입어보는 네이비 색 체크무늬 정장과 흰색 와이셔츠, 세미 와이드 카라에 빈틈없이 들어간 붉은 와인 빛깔의 넥타이가 잘 어울렸다. 작가의 조언으로 검정 뿔테 안경을 썼는데 나름 멋스럽게 느껴졌다.
“강낫또씨 5분 후 녹화 들어갑니다. 준비하세요.”
작가가 대기실에 들어와 웃으며 말했다.
“네. 준비됐습니다.”
강낫또씨는 두 손으로 가볍게 얼굴을 두드리며 긴장을 풀었다.
강낫또씨가 JTBC ‘방구석 1열’에서 연락을 받은 것은 3개월 전이다. 유튜브에서 강낫또tv에 올라온 창업 인터뷰 영상을 보던 방송 관계자가 우연히 강낫또씨가 예전에 올린 영화 소개 영상을 보게 되었다.
방송 관계자는 프로그램 작가에게 강낫또tv에 올라온 영화소개 영상을 보여줬고 내부회의에서 좋은 반응이 나왔다. ‘방구석 1열’에서는 강낫또씨가 예전에 만들었던 영화소개 영상을 그대로 프로그램에서 사용하기로 했다.
처음 제작진에게 연락을 받았을 때 강낫또씨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몸이 붕 뜬 것 같은 이상한 느낌.
원래 영화를 좋아했던 강낫또씨는 ‘방구석 1열’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자신만의 해석으로 영화소개 영상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공유해 보자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가 만든 영화소개 영상을 봐 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강낫또씨는 반년 가까이 꾸준히 영상을 만들고 업로드 하며 유튜버의 꿈을 키웠다.
비록 시청자가 없어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는 없었지만, 그는 자신이 만든 영화소개 영상의 퀄리티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튜브 콘텐츠 주제를 바꿀 때도 영화 소개 영상은 내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뒀다.
주위 사람들이 너무 길다고 얘기했던 12분 분량의 인셉션 영화소개 영상은 편집 없이 그대로 방송에 나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특집이었는데 강낫또씨의 영상으로 영화 소개가 된 것이다.
방송 후 게시판에는 강낫또씨의 영상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이 올라왔다. 색다른 시각에서의 해석과 강낫또씨의 목소리 톤이 좋다는 코멘트가 많았다. 인셉션 영화소개 영상은 강낫또씨가 유튜브를 처음 시작하고 주말에 8시간 동안 정성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에 영상의 퀄리티 역시 높았다.
그 후 일본영화 특집 편에서 강낫또씨가 만든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 영화 소개 영상도 그대로 방송을 탔다. 러브레터 소개 영상이 방송되고 나서는 유튜브 강낫또tv에 검색으로 유입되는 시청자가 급격히 늘었다.
강낫또씨와 최동민씨가 올리고 있는 퇴사, 창업 콘텐츠 영상보다 예전에 올렸던 영화소개 영상의 조회 수가 더 높아진 경우도 생겼다.
그 후 방구석 1열에서는
강낫또씨에게 출연 제안을 했다.
‘라라랜드 vs. 원스’ 를 주제로 한 방송인데 강낫씨가 올린 라라랜드 소개 영상을 방송에 내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강낫또씨가 영화 전문가는 아니지만 평범한 시청자의 관점에서 코멘트를 해 주면 재미있는 방송이 될 것 같다는 코멘트가 있었다. 강낫또씨는 첫 방송 출연이었지만 자신이 만든 영상이 소개될 것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방송에 출연하기로 했다.
어느새 녹화는 시작됐고 윤종신씨가 이번 회차에서 다룰 영화 소개를 하고 있다.
이제 강낫또씨가 입장할 시간.
“이번에 모실 게스트는 단톡방 아이디 강낫또 입니다. 유튜브에서 강낫또tv를 운영하는 인기 유튜버죠. 지난번 인셉션 소개 영상과 러브레터 소개 영상을 만든 그분입니다. 오늘은 라라랜드 소개 영상을 갖고 오셨다고 하는데요. 큰 박수로 맞아 주세요.”
윤종신씨의 소개 멘트에 강낫또씨는 긴장된 걸음으로 스튜디오에 나갔다.
“안녕하세요, 유튜브에서 강낫또tv 채널 운영하고 있는 강낫또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이렇게 출연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강낫또씨는 밝은 웃음과 함께 가볍게 인사 멘트를 했다. 티브이로만 보던 변영주 감독과 장성규 아나운서, 윤종신씨가 박수를 치며 강낫또씨를 반기고 있었다. 강낫또씨는 행복함으로 가슴이 터질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