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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주 황방산과 산악자전거

등산 편

by 봉봉주세용

전주 서곡지구에 황방산이라는 조그만 산이 있다. 높이 200미터 정도의 낮은 산인데 정상까지 올라갔다 오면 왕복 4킬로미터 정도가 된다. 가볍게 운동하기에 좋은 산이다. 전주에서 근무할 때 황방산에 자주 갔다.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는데 일주일에 한번은 퇴근하면 등산화로 갈아 신고 황방산으로 갔다.


황방산은 올라갈 때 은근히 경사가 있었다. 낮은 동네 언덕같은 곳이었지만 올라갈 때 지루할 틈이 없었다. 중간 중간 운동기구가 있어 한번씩 해 보고 휴식터에 앉아 잠시 쉬면서 멀리 보이는 경치를 감상했다. 당시 멀리 보이던 공터에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었고 공사가 한창이었다.


가끔 올라가는 길에 다람쥐도 만날 수 있었는데 사람이 다가가도 개의치 않고 묵묵히 본인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쪼그리고 앉아서 한참동안 다람쥐를 보다가 출발을 했다.


황방산에는 대부분 등산객이 찾았지만 가끔 산악 자전거를 타는 이도 있었다. 산이 낮고 경사가 적당해서 산악자전거를 타기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산악자전거를 타는 것을 몇 번 봤는데 속도가 무척 빨랐다.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올라가는 것도 신기한데 내려오는 것을 보면 자전거가 부서지지 않는 게 신통할 정도였다.


산악자전거는 보통 자전거에 비해 비싼 편인데 산에서 그렇게 타려고 하면 비싼 부품을 사용하는 게 당연한 것 같다. 한번은 등산객이 가는 길로 산악자전거가 올라가고 있었다. 등산객 중 한 아저씨가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 큰 소리로 혼을 냈다. 등산로로 산악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젊은 사람이 등산객 배려는 안하고 이렇게 험하게 자전거를 타면 되느냐고.


산악자전거를 타는 분의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터질 듯이 탄탄했다. 아마 운동을 오래한 사람 같았다.


산악자전거를 탄 사람이 자전거에 선 채로 혼나다가 헬멧을 벗었는데 백발의 할아버지였다.


딱 봐도 혼내던 아저씨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였다. 혼내던 아저씨는 겸연쩍어 하며 산에서 이렇게 자전거 타면 위험하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할아버지는 건강에는 산악자전거가 최고라며 등산객들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다시 자전거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왠지 멋있어 보였다. 지금도 가끔 산에 가면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때 그 할아버지는 아직도 어딘가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고 있겠지?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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