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귀가 뚫렸던 경험
대학교 때 유행하던 영어책이 있었다. 297시간 동안 영어 라디오를 들은 할아버지의 귀가 뚫렸다는 책. 297시간 이라면 적은 시간은 아니지만 하루에 30분 - 1시간씩 듣다 보면 1년 안에 귀가 뚫린다는 계산. 그 정도 시간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밤마다 들리지 않는 BBC를 틀어 뒀다.
보통은 듣다가 잠들기 일쑤였는데 하루는 잠결에 BBC에서 나오는 영어 뉴스가 우리 말로 또렷하게 들렸다. 신기하고 기쁜 마음 + 드디어 나도 귀가 뚫렸구나 싶은 성취감. 일어나자 마자 내가 영어로 들었던 내용을 찾아봤는데 해석된 내용이 일치했다.
신이 나서 같이 자취하는 형님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개꿈이라고 했다. 영어 뉴스가 분명하게 한글로 해석이 되었는데 무슨 소리 냐고, 이제 귀가 뚫렸다고 큰소리 쳤다. 하지만 그 후로는 한번도 그렇게 영어가 한글로 시원하게 해석되어 들린 적이 없다. 시간이 지나서 깨닫게 되었다. 297시간 동안 영어를 들어서 귀가 뚫리는 건 보통 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그때 영어가 한글로 들렸던 건 정말 꿈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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