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났다. 어제 잃어버렸던 자전거 장갑을 빨래방에서 찾은 것. 빨래방 안에 커피를 내려주는 공간이 있고 거기에 사장님이 상주하고 있다. 사장님은 빨래방 건조기에서 찾았다며 보관함에서 장갑을 꺼내 줬다. 건조기 문 안쪽의 틈으로 작은 빨래가 낄 수 있어 꺼낼 때 건조기를 몇 번 돌려봐야 한다고 했다.
장갑을 찾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줄 몰랐던 양말도 한짝 찾았다. 빨래를 실었던 차 뒷좌석을 살펴보다 보니 양말이 떨어져 있었던 것. 문득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차 안에서 여자 팬티가 발견되었다고 짤렸던 운전사.(박소담의 모함)
문득 정신이 아득해 졌다. 만약 뒷좌석에 떨어진 게 양말이 아니라 팬티였다면? 그리고 누군가 뒷좌석에 탔다가 그걸 발견하게 되었다면? 발견한 사람이 배려해 준다고 아무 말 없이 그걸 못 본 척하고 그대로 뒀다면? 상상만으로도 오싹해진다. 어찌되었든 그게 그곳에 있는 건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것이니까.
자전거 장갑은 다시 내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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