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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강에서 로드자전거 타기

자전거 편

by 봉봉주세용

서울에서는 동네를 돌아다닐 때 자전거를 탔다. 하루는 자전거를 타고 근처 슈퍼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오는데 자전거를 타고 있는 건물주인 아저씨를 만났다. 어디 다녀오냐고 물어보니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아저씨는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 보라고 했다.


한강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를 타기에 좋다. 전주 내천길을 따라 자전거를 탈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속도도 마음껏 낼 수 있고 옆에 보이는 한강도 좋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한강 한강 하는구나 싶었다. 한동안은 전주에서 타던 삼천리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탔다. 페달이 뻑뻑하고 잘 나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탈만 하다고 생각했다.


한번은 친구와 같이 자전거를 탔는데 도저히 같이 갈 수 없었다. 친구는 로드 자전거를 타고 있었는데 내가 아무리 페달을 세게 밟아도 따라갈 수 없었다. 친구는 천천히 간다고 가는데도 자꾸 거리가 벌어졌고 결국 목적지로 했던 곳까지 가지 못하고 핸들을 돌려야 했다. 자전거를 바꿀 시기가 된 것 같았다.


한강에서 제대로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로드 자전거가 필요했다.




집 근처에 있는 삼천리자전거에서 로드자전거를 샀다. 자전거 집 주인아저씨 추천으로 첼로 스칼리티 105를 샀는데 만족스러웠다. 매끈한 검정색의 잘 빠진 로드 자전거였는데 내가 쓰는 아이폰7의 매트블랙과 비슷한 색깔이었다. (동생은 내 자전거를 연탄이라고 한다)


로드자전거로 바꾼 후에는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는 게 더 즐거워졌다. 기존에 타던 하이브리드 자전거와 비교하자면 일반 폴더폰을 쓰다가 스마트폰으로 넘어간 느낌이랄까. 살짝 페달을 밟아도 쭉쭉 나갔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탈 때는 “지나갈게요” 라고 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내 옆으로 추월해 가는 사람들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로드자전거를 타면서 나도 “지나갈게요” 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자전거를 탈 때 내가 자주타는 코스는 잠실에서 출발해 잠실철교로 건너고 다시 반포대교를 건너서 잠실로 돌아오는 코스다. 이렇게 타면 25킬로미터 정도 되는데 가볍게 타기에 적당하다.


한번씩 길게 탈 때는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갔다가 오는데 그렇게 타면 40킬로미터 정도가 된다. 두 달에 한번 정도는 팔당대교를 건너 양평 근처까지 갔다가 온다. 그렇게 타면 50-60킬로미터 정도.


지금은 한강에서 주로 자전거를 타는데 나중에는 자전거로 제주일주도 하고 영산강종주길도 가보려고 한다. 그렇게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길을 하나씩 늘려가면서 즐겁게 자전거를 타려고 한다.




자전거를 탈 때 나는 음악을 듣지 않는다. 몇 번인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어보고 자전거에 스피커를 달아서 들어 보기도 했는데 자전거를 탈 때는 음악보다 있는 그대로의 바람소리를 듣는게 제일 좋았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서 그 소리가 살짝 들린다. 그리고 어느 순간 페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슥-삭-슥-삭-’. 그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구 떠 오른다.


오늘 있었던 일,
일 하면서 느꼈던 감정,
내일 해야 할 일,
지금 놓치고 있는 것,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등등.


떠오르는 생각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고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면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허리는 앞으로 숙이고 공기 저항을 줄이면서 손은 드롭바 아랫부분으로 옮겨 잡는다. 페달 밟는 속도를 높인다. ‘슥-삭-슥-삭-’ 페달 돌아가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빨라진다.


시야가 좁아지며 주위의 풍경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그렇게 자전거 속도는 정점이 되고 더 이상 페달을 밟아도 속도는 올라가지 않는다. 그때는 모든 것이 멈춰 있는 것 같고 내 호흡 소리만 들린다. ‘후-아 후-아’. 찰나가 영원이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잠시 후 정신이 들면서 다시 시야가 넓어지고 주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슥-삭-슥-삭-’. 페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손을 드롭바 윗부분으로 옮겨 잡고 허리를 세운다. 속도가 점점 줄어든다. 얼굴에 바람이 스친다.


나는 오늘도 그렇게 한강에서 자전거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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