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옷을 입고 다니죠?”

영화 중경삼림과 청킹맨션

by 봉봉주세용

"왜 비옷을 입고 다니죠?"
"비가 올 것 같아서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난 너무 소심하게 변해 버렸다. 항상 비옷을 입을 땐 선글라스를 쓴다. 비가 언제 올지, 언제 화창한 날이 될지 모르니까.

- 영화 중경삼림(Chungking Express)



왕가위가 만든 영화 중경삼림의 원제는 청킹익스프레스다. 홍콩 중심가에 있는 건물 청킹맨션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 영화 속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 청킹맨션에 찾아가 본 적이 있다.

침사추이에 위치한 청킹맨션. 건물 뒷골목을 지나 내부에 진입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찝찝한 냄새와 음산한 분위기가 온몸을 휘감아 쫓아오는 것 같았다.

건물 내부는 어두침침하고, 깜박이는 형광등이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다. 인도, 파키스탄 사람들이 복도에 서서 호객 행위를 하며 팔을 잡아 끈다. 짝퉁 시계를 파는 잡화점과 환전소, 코를 찌르는 강한 카레 향.

뭔가 일어날 것 같은 그곳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진다. 청킹맨션 밖으로 나오면 다시 평온한 홍콩의 일상이다. 그 건물에만 흐르는 음침한 기운.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다.

* 청킹맨션은 주상복합이라 위층은 호텔 등 숙소로 활용된다. 극한의 공포 체험을 해 보고 싶다면 1박 추천. (인터넷에 '청킹맨션남' 으로 검색하면 상세한 후기가 나온다.)


#중경삼림 #왕가위 #청킹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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