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잠시 그쳤던 지난 주말. 한강 물이 얼마나 불었는지 보기 위해 잠실대교에 갔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궁금했다. 슬리퍼에 반바지, 한 손에는 우산, 소지품은 신용카드 한 장. 천천히 걸어서 잠실대교 중간까지 갔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갈색으로 변한 한강과 어지럽혀진 한강공원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멀리 바라보면 갈색의 한강이 잔잔히 흐르는 것 같다. 하지만 다리 바로 밑의 한강은 성이 나있고 거칠다. 물살은 소용돌이를 만들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거친 물살을 보다 보니 문득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발걸음을 옮긴다. 한강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어있고 알바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의자에 앉아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주인과 함께 한강 구경 나온 조그만 흰색 불독에게 인사를 하고 계속 걷다보니 허기가 진다. 마침 길 건너에 허름한 식당이 보이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오픈 전 줄을 선다 + 허름한 외양 = 맛집’
이라는 나만의 경험 공식.
식당 이름은 사월식당. 일본식 이자카야 집인데 젊은 직원들은 친절했고 음식에는 정성이 들어가 있었다. 북적북적 활기찬 분위기와 차가운 소주. 이것 저것 시켜서 먹다보니 알딸딸해졌다. 식당을 나오니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한다. 이 정도 비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우산을 챙겨왔으니까.
며칠 후 기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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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의 누군가가 잠실대교에서 투신을 했다는. 다행히 강물이 아닌 작업용 난간에 떨어져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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