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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검은꽃

by 봉봉주세용


1900년대 초반, 1033명의 조선인이 멕시코로 향한다. 명목은 좋은 일자리와 황금빛 미래였지만 실상은 채무 노예로 팔려가는 것. 그들은 멕시코의 에네켄 농장에 투입되고 짐승보다 못한 대우와 고된 노동을 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낸다. 조선에서 양반이었든, 군인이었든, 농부였든 멕시코에서는 한 명의 노예일 뿐이다.

김영하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전 작가로서의 삶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완성하고 비로소 전업 작가로 살아도 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소설은 완성도가 높고 다양한 인물들의 삶이 소설 속에 진하게 녹아있다.

‘검은꽃’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실화를 기록해 둔 역사서 같기도 하다. 그만큼 작가가 디테일하게 자료 조사를 했다는 것이고, 그게 이 소설이 갖고 있는 생생함의 원천이다. 힘없는 나라의 국민들이 겪어야 했던 설움과 서글펐던 멕시코 이민자들의 삶, 그리고 그걸 상징하는 검은꽃. 아마도 이 소설은 수십년 후에도 서점 매대에 진열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김영하의 검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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