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편
2018년 1월 테니스 선수 정현 열풍이 대단했다.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 16강 전에서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와를 3:0으로 이긴 것이다. 조코비치는 경기를 마치고 “정현은 마치 벽(Wall)과 같았다. 인상적이었다.” 라고 얘기했다.
그 경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정현이 다른 사람도 아닌 조코비치를 3:0으로 이기다니.
물론 조코비치는 오랜 부상 끝에 복귀전으로 호주오픈에 출전하여 최정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현이 보여준 경기력은 상상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정현은 4강전에서 로저 페더러와 경기를 가졌다.
로저 페더러가 누구인가. 농구에 마이클 조던이 있다면 축구에는 메시가 있고 테니스에는 로저 페더러가 있다고 한다. 테니스의 황제라 불리는 사나이.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에겐 신과 같은 인물이 로저 페더러인 것이다.
그런 페더러와 맞대결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현은 경기 중간에 부상으로 기권을 했고 로저 페더러는 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메이저 대회 20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정현과 경기를 마치고 로저 페더러는 인터뷰에서 “정현은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지녔으며, 그가 조코비치 등을 어떻게 이겼는지 알 것 같았다.” 고 칭찬했다.
회사에서 테니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호주오픈 기간에는 스마트폰으로 정현 경기 영상을 보고 테니스에 대해 얘기했다. 예전에 내가 레슨을 받았던 코치님들과 얘기해 보니 초등학교 학부모에게 레슨 문의가 급증했다고 했다.
IMF 때 박세리가 LPGA에서 크게 활약할 때 골프를 시작한 어린이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이 지금 박세리 키즈로 성장하여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고 있다. 테니스 역시 정현의 활약을 계기로 테니스붐이 일었으면 좋겠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건물 뒤에 테니스장이 있었다. 정식 대회를 치룰 수 있을 정도로 큰 테니스장이었는데 친구들과 나는 점심을 먹고 테니스장에 있는 코트에서 테니스 공으로 미니 축구를 했다. 5:5로 편을 나눠서 떡볶이 내기를 했었다.
하루는 수업을 마치고 미니 축구를 하려고 테니스장으로 갔다. 그런데 그날은 코트에서 테니스 경기가 있어 축구를 하지 못하고 스탠드에 앉아 테니스 시합을 구경했다. 2대2 복식 경기였는데 선수 중 한 명이 수학 선생님이었다.
빠르게 공이 왔다 갔다 하고 포인트를 냈을 때는 환호하며 서로 화이팅을 외치는데 재미있어 보였다.
그 동안 테니스라고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았고 지루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경기하는 것을 보니 역동적이고 운동도 많이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같이 구경하던 친구들도 테니스에 빠져서 시합을 끝까지 지켜봤다. 우리는 수능시험이 끝나면 바로 테니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수능시험이 끝났다. 그 후 일주일 정도 학교에 가서 영화를 1-2편 보고 집에 오는 일과를 하고 있었다. 무료한 일주일이었는데 갑자기 테니스를 치기로 했던 것이 생각났다. 학교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테니스 라켓을 빌리고 수학선생님께 공을 몇 개 얻어서 친구 한 명과 테니스를 치러 갔다.
친구와 내가 수학선생님이 시합하던 모습을 봤을 때는 공이 빠르게 왔다 갔다 하면서 랠리가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친구와 나도 그렇게 테니스를 칠 것이라 상상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공을 상대방 코트로 넘겨야 받아칠텐데 네트에 걸려서 안 넘어가고 어쩌다가 넘어간 공을 받아 치면 홈런을 날리기 일쑤였다. 공이 몇 개 없어서 홈런으로 테니스장 밖으로 공이 넘어가면 멀리 나가서 주워 와야 했다. 랠리는 커녕 공을 찾으러 가는데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겨울이었지만 땡볕에 그렇게 공을 찾으러 뛰어다니다 보니 금방 지쳤다.
운동은 확실히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공을 잃어버렸다. 나는 친구와 한동안 코트에 누워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아. 테니스가 지루한 운동이었구나
그렇게 테니스에 대한 로망은 1시간 만에 깨졌고 다시는 테니스를 치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