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편
나는 카페에 자주 간다. 책을 보러 가기도 하고 사람들과 얘기하러 가기도 하고 그냥 커피한잔 하러 가기도 한다. 카페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아니라 사무실이 되기도 하고 사랑방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나만의 공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주말에는 대형 쇼핑몰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간다. 공간이 넓고 의자가 편해 앉아 있기에 좋기 때문이다.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 쇼핑을 하다가 잠시 쉬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한번은 주말에 그 커피숍에서 하는 커피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원두 종류와 드립 방법에 대한 주제로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배울 수 있었다. 수업을 들으며 카페 내부를 둘러보았다. 컴퓨터를 켜서 뭔가 열심히 하는 사람, 진지하게 책을 읽고 있는 사람,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이 보였다. 생각해 보니 카페에 와서 다른 사람은 뭘 하는지 관심있게 본 적이 없는 듯했다.
수업이 끝나갈 때쯤 연인으로 보이는 커플이 들어왔다. 커피를 시키고 잠시 얘기를 하다가 어느 새 서로의 스마트폰에 몰입했다. 가끔 스마트폰을 보다가 뭔가 얘기를 했는데 그때 역시 눈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나도 누군가와 카페에 가면 스마트폰을 커피 옆에 두고 얘기를 한다.
얘기를 할 때 혹시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지 한번씩 스마트폰을 본다. 그리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 본다. 상대방이 스마트폰을 잠시 보고 있으면 나도 바로 스마트폰을 켜서 이런 저런 뉴스를 본다.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다.
쇼핑을 하고 카페에 들어와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커플의 모습이 내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서로 얼굴 보며 얘기하기에도 짧은 시간일 텐데.
그 후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을 줄여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소한 카페에 갔을 때는 스마트폰을 꺼 두거나 아예 가방안에 넣어두고 꺼내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그게 잘 되지는 않는다.
시간을 확인하려고
날씨를 확인하려고
일정을 확인하려고
뉴스를 확인하려고
중요한 건 아닌데 스마트폰이 옆에 없으면 확인하고 싶어 지는 게 많다. 잠깐만 확인하려고 켰다가 포털 뉴스 하나 읽고 그러다 보면 유튜브 동영상 하나 보고. 그래도 계속 노력하려고 한다.
누군가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실 때는 스마트폰 대신 얼굴을 보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