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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지하 커피숍과 사장님

커피 편

by 봉봉주세용

집 앞에 카페가 생겼다. 바로 50미터 앞에. 카페는 지하1층에 있었다. 원래 택배 창고로 쓰이던 장소였는데 거기에 택배를 보관하던 택배 아저씨가 창고를 개조하여 카페를 오픈한 것이었다. 카페에 있는 작은 소품 하나부터 모든 것이 아저씨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한동안은 매일 그 앞을 지나가면서도 카페가 생긴 줄 몰랐다.


어느 날 카페 오픈 기념으로 모든 음료를 반값에 준다고 입구에 입간판이 세워져 있어 카페가 생겼다는 걸 알았다.

은은한 할로겐 조명에 빈티지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카페 한쪽 구석에 있는 LP 턴테이블과 통기타가 잘 어울렸다. 사장님에게 얘기해서 카페에 책을 몇 권 갖다두고 퇴근하면 거기로 가서 책을 읽었다.


심플한 분위기와 커피맛이 좋았다.


어느 날 갔더니 카페 책상과 의자가 모두 바뀌어 있었다. 손님을 더 받기 위해서는 책상과 의자가 더 많아야 된다고 한 손님이 사장님에게 조언해 줬다고 했다. 기존에 여유였게 놓여있던 빈티지 책상과 의자 대신 철제로 된 깔끔한 책상과 의자가 공간을 꽉 채우게 되었다.


친구들이 동네에 놀려오면 한번씩 그 카페에 데리고 갔었는데 책상과 의자가 바뀌니 얘기할 때 불편했다. 옆 테이블에서 얘기하는 게 그대로 들리고 우리가 얘기하는 것도 옆 사람이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 신경이 쓰였다.




그 후 한달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커피 가격이 천 원씩 올라 있었다. 싸게 많이 파는 것보다 비싸게 적당히 파는 것이 더 낫다고 또 다른 손님이 조언을 해 줬다고 했다. 처음 오픈했을 때보다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나는 바로 집 앞이라 계속 가기는 했지만 손해보는 느낌이 들었다.


손님들과 얘기하기를 좋아하는 사장님은 손님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10회짜리 쿠폰을 발행했다가 중간에 없애기도 했고 디저트로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팔다가 없앴다. 어느 날은 여행 컨셉으로 카페 인테리어가 바뀌기도 했다. 그리고 카페 테이블마다 조그만 초를 하나씩 놓았다.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은은한 분위기를 낸다고 초에 불을 붙여줬다.


분위기는 은은했지만 카페가 지하라 환기가 안 됐다. 한번씩 가긴 했지만 그전처럼 자주 가지는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카페는 이런 저런 변화를 시도했다.


하루는 사장님이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푸념을 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손님이 있었는데 점점 손님이 안 온다면서. 하루에 커피 몇 잔 이상을 팔아야 월세를 내고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데 적자로 돌아선 지 꽤 된다고 했다. 처음 오픈 했을 때보다 카페 분위기도 좋아지고 메뉴도 다양해졌는데 왜 손님이 떨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처음 오픈했을 때 카페 분위기가 좋았다고 얘기해 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는 문을 닫았고 사장님은 다시 택배일을 할 거라고 했다. 그리고 돈을 좀 모아서 다음에는 목 좋은 장소 1층에 카페를 차릴 거라고 했다. 확실히 카페를 운영하는 건 어려운 것 같다. 내가 만약 그 사장님 입장이 된다고 해도 비슷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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