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천에서 놀다가 물에 빠진 적이 있는데 그때 동네 형이 구해줬다. 어린 나이였지만 인생의 모든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게 몸에 남아있다. 물에 대한 공포. 이건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혀오는 느낌. 그렇게 20대 후반이 되었고 아무 이유없이 수영이 하고 싶어졌다.
수영장에 등록을 하고 혼자 수영을 하는데 될리가 없지. 배운 적이 없으니 그 자리에서 파닥거리기만 할 뿐. 25미터 레인을 유유히 왔다 갔다 하는 할머니들이 부러웠다. 당시에는 유튜브 초창기 시절. 사이트에 올라온 수영 영상을 보며 호흡법과 기본적인 방법을 머릿속에 넣고 수영장에 가서 연습했다. 그렇게해서 쉬지 않고 25미터 가는데 성공.
내 목표는 쉬지 않고 1천미터 수영하기. 거의 매일 수영을 하러 갔다. 1천미터는 불가능해 보였지만 그래도 계속 했다. 아무리 해도 500미터가 한계였는데 어느 날 임계점을 돌파했고, 1천미터도 성공했다. 약 1년의 시간.
그때부터 거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1천미터 뿐 아니라 2천미터도 거뜬했다. 시간이 걸릴 뿐. 그렇게 수영을 익히고 수상 인명 구조원 자격증을 땄다. 20대 초반의 체육과 학생들과 함께 교육을 받으면서.
그때 강습을 해 주는 선생님이 나에게 물었다. 이렇게 늦은 나이에 이걸 따서 뭘 할 거냐고. 그냥 재미있어서 한다고 대답했다. 정말로 재미있어서. 당시 2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늦은 것처럼 보였지만 그건 상대적인 나이이다.
3년마다 자격증 갱신을 하기 위해 재교육에 가면 50대, 60대 아저씨들도 수두룩 하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말 늦게 된다는 점. 그후 나는 누적된 시간의 힘과 임계점을 믿게 되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더라도 시간을 투입하고 있고, 노력을 하고 있다면,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결과가 나올 거라는 거. 그래서 지금 뭔가를 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면 잘하고 있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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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ry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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