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갖고 있는거야

by 봉봉주세용

예전 살던 집의 집주인은 연식이 20년 정도 된 중고 SUV를 타고 다녔다. 건축사였던 아저씨의 복장은 항상 흙이 묻은 작업복과 작업화 차림. 한번씩 마주치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한참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한번은 아저씨가 최고급 벤츠를 타고 왔다. 알고 보니 굴리는 차만 6대.


벤츠는 산 지 꽤 됐지만 거의 타지 않아서 새거나 마찬가지라고. 벤츠를 타고 모임에 가면 불편하다고 했다. 사람들이 돈을 빌려 달라고 하는데 안 빌려주면 서운해 하고, 빌려줘도 결국은 좋게 끝나지 않는다고. 벤츠는 그냥 갖고 있는 거라고 했다. 부자들은 원래 그런 거라며.


“그낭 갖고 있는거야. 없으면 이상하니까.”

#그냥 #벤츠 #글 #짧은글 #주말일상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티키타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