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 대감집 머슴의 깨달음 2

비즈니스 여행자의 세계출장 견문록 12

by chill십구년생guy


이것이 진짜 월드 클래스.
역시 대단하다!



바르셀로나에서 맞이한 세 번째 저녁,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손꼽히는 리오넬 메시의 플레이를 목전에서 지켜본 순간,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그것도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성지이자 FC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캄프누(Camp Nou)의 거대한 함성 속에서였다. 그 경이로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번 여정은 내게 더할 나위 없는 의미를 갖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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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를 떠올릴때마다 가장 두근거리는 경험



S전자의 MWC 2018 VIP 전시를 지원하러 왔지만, 현장에 상주할 필요가 없다는 뜻밖의 배려 덕분에 우리는 남은 시간을 온전히 이 도시에 쏟아붓기로 했다. 세계적인 관광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인생에 몇 안 되는 행운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도시의 골목마다 숨겨진 명소와 경이로운 볼거리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가슴에 담아가겠노라 굳게 마음먹었다.



메시의 도전



바르셀로나는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는 ‘축구의 성지’라는 이름으로 더 뜨겁게 각인된 곳이다. 마침 우리가 머무는 기간에 FC 바르셀로나와 지로나의 경기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일정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고, 운 좋게 온라인 예매까지 성공했다. 그렇게 일요일 저녁,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에 몸을 실어 콜블랑(Colblanc) 역에 내렸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10분 남짓한 길은 이미 전 세계에서 모여든 팬들의 열기로 달궈져 있었다.


응원가 ‘칸트 델 바르사(Cant del Barça)’가 거대한 경기장 안을 가득 메우고, 수만 명의 관중이 박자에 맞춰 일제히 박수를 치는 순간, 캄프누의 공기는 마치 다른 세상의 것처럼 농밀하게 변했다. 그날 FC 바르셀로나는 지로나를 6대 1로 몰아붙이며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압도적인 스코어보다 내게 더 깊은 각인을 남긴 건, 단연 리오넬 메시의 존재감이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였지만, 그는 경기 내내 그 누구보다 거대해 보였다. 수비수 서너 명이 달려들어도 유연하게 공간을 창출해내고, 찰나의 민첩함으로 경기의 판도를 뒤집는 모습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것이 진짜 월드 클래스구나’라는 감탄이 입 밖으로 절로 터져 나왔다.



메시의 프리킥을 직관할 줄이야



리오넬 메시는 어린 시절 성장호르몬 결핍증(GHD)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시련을 겪었다고 한다. 가난한 형편에 막대한 치료비를 감당해야 했던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는 축구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꾸준한 치료와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며 한계에 도전해온 그의 여정은, 그 자체로 내게 묵직한 울림을 건네고 있었다.

환호성이 잦아든 캄프누를 빠져나오며, 문득 어제 S전자 담당자와 나누었던 대화가 다시금 머릿속을 스쳤다.


‘자칭 스타트업이라는 우리 팀은 지금, 과연 무엇에 도전하고 있는가.’


그 질문은 바르셀로나의 고풍스러운 거리를 걸을 때도, 숙소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화려한 도시를 여행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풀지 못한 무거운 숙제 하나가 덩어리째 남아 있는 기분이었다.



가우디의 세계



그 후 일주일 동안은 오후의 여유를 빌려 바르셀로나의 구석구석을 천천히 유람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이나 입체적인 무대처럼 느껴졌다. 수천 년의 역사와 전위적인 예술, 그리고 활기찬 일상이 거리마다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걷는 내내 눈과 마음을 쉴 새 없이 자극했다.


이 도시를 이토록 특별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를 꼽으라면 단연, 위대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일 것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부터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구엘 공원, 그리고 구엘 저택에 이르기까지—그의 손길이 닿은 건축물들은 단순한 무기질의 구조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스스로 숨을 쉬며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다가왔다. 나는 그 압도적인 존재감 곁을 천천히 거닐며, 곡선 하나에 담긴 의도를 헤아려 보려 애썼고 매 순간 깊은 경외심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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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세계관이 확실했던 가우디의 작품들



가우디가 창조한 세계는 확실히 결이 달랐다. 흡사 외계인이 우주에서 내려와 빚어놓은 듯한 이질적이면서도 경이로운 느낌이랄까. 대개의 도시는 문화권에 따라 ‘XX 양식’이라는 공통된 문법을 공유하기 마련이지만, 가우디의 작품은 그 어떤 범주로도 묶이지 않았다. 그것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독자적인 문법이었으며, 오직 ‘가우디풍’이라는 고유명사로 불려야만 비로소 설명이 가능했다.



도전할 만한 가치



가우디의 세계를 마주할수록, 일정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도전’에 대한 고민은 점점 더 구체적인 질문으로 날카롭게 다듬어졌다.


‘우리는 지금 이 VR 시장에서, 우리만의 ‘풍(Style)’을 가지고 있는가?’ ‘그 색깔이 뚜렷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 아닐까?’


그것은 단순히 디자인이나 미학에 관한 물음이 아니었다. 스타트업의 본질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훨씬 더 근본적이고 치열한 고민이었다. 쉽게 결론 나지 않는 질문들은 바르셀로나의 고풍스러운 거리 곳곳에서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녔고, 걷는 내내 가슴 한쪽을 묵직한 돌덩이처럼 짓눌렀다.


그렇게 생각의 미로 속을 헤매던 출장 여섯째 날 새벽, 예기치 못한 큰 사고가 터졌다.




다음편, '스페인 바르셀로나 : 대감집 머슴의 깨달음 3' 으로 이어집니다
'비즈니스 여행자의 세계출장 견문록'은 브런치스토리에서 매주 화 / 금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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