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팔일. 세인트 메리 대성당과 팝 아이스링크
호주 박물관을 방문한 날, 우리는 박물관 꼭대기 층에서 하이드 공원 앞에 있는 아이스링크장을 발견했다. 팝업스토어처럼 기간 한정으로 열리는 듯한 이 아이스링크장 뒤편에는 세인트 메리 대성당이 있었다. 어차피 우리가 방문할 곳 중 하나였기에 알라와 나는 먼저 성당을 방문하고 아이스링크장에서 운동 겸 즐겁게 놀기로 했다.
시드니에 있는 날 내내 날이 너무 좋아서 세인트 메리 대성당을 찍은 사진에서도 청아한 하늘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늘을 향해 뻗은 탑을 보자면 바로 이런 것이 고딕 양식이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다.
다른 대성당은 촬영이 어려웠는데, 이 세인트 메리 대성당에서는 촬영이 가능했다. 다른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플래시와 소리 없이 촬영한다면 가능한 수준인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건축이나 서양사에 문외한이라 외관만 보면 멜버른에서 봤던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을 법했다. 하지만 이 세인트 메리 대성당만의 특징이 있다면 바로 신약 성서 내용을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다.
이 스테인드글라스는 1881년에 제작돼 성당 옆면 곳곳을 채워 넣고 있다. 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만들어내는 장면이 아름다워 이 대성당에서 종종 결혼식이 진행된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그저 평범한 하루였지만 결혼식을 하는 커플을 만나게 된다면 안 그래도 고요하고 평온해지는 마음에 행복을 더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마치 그림 같아서 성서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런 알라와 나를 알아봐 준 대성당 내 도우미분에게 성서의 한 구절을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여전히 나는 냉담자에 세례명을 받을 때만 성경 공부를 해서 들은 내용이 생각나지 않지만, 그 도우미분이 굉장히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신 것은 기억난다. 세인트 메리 대성당에 방문하게 되는 독실한 기독교, 천주교 신자가 있다면 도우미분들에게 스테인드 글라스 내용 설명을 부탁해도 좋을 것 같다!
이 대성당을 나오는 길에 성당 앞면을 보게 됐는데, 동그란 스테인드글라스 면이 나가는 길까지 완벽하게 꾸며줬다. 아마 성가대가 노래를 부르는 발코니인 것 같았다. 저곳도 올라가 보면 좋았겠지만 한국의 성당도 그렇듯이 내부 공간이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성당 구경을 마쳤다.
그리고 우리를 반겨주는 새하얀 아이스링크장! 겨울이라서 크리스마스에 볼 수 있을 법한 전구로 위가 장식돼있는 모양이 괜히 마음을 들뜨게 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스링크장이어서 더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아이들을 위한 썰매장부터 작은 스낵바, 커다란 스케이트장까지 유료로 운영되고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스케이트화로 갈아신고 1시간마다 한 번 얼음을 새로 가는 시간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스케이트장이 열렸다. 마음은 이미 세바퀴를 돌고도 남았는데, 너무 오랜만에 타는 스케이트라서 처음에는 넘어질 뻔했다. 하지만 운동신경이 못 써먹을 정도는 아니라서 금방 빠른 속도로 탈 수 있게 됐다!
스케이트를 타다 보니 꼬꼬마 아이들도 스케이트를 타는 걸 발견했는데, 아직 중심을 잡기 힘든 아이들은 귀여운 캥거루와 함께 스케이트를 탈 수 있었다. 아이들이 두 손으로 꼭 잡고 스케이트를 조심조심 타는 모습이 귀여워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그렇게 스케이트를 2시간 정도 타고 운동도 하고 재미도 챙긴 우리는 천천히 걸어 오늘의 두 번째 방문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