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팔일. 시드니 타워
멜버른 유레카 타워를 올라갔을 때 느낀 것처럼, 역시 사람은 어딜 가든 높이 가고픈 욕구가 있는 게 분명하다. 우리는 스케이트를 타서 바닥을 걷는 발이 공중을 걷는 것만 같은 착각을 하며 시드니 타워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드니 타워는 하이드 공원에서 멀지 않은데, 두 블록 정도 떨어져 있다. 거리를 걸어가며 시드니 타워의 모습이 보일수록 외관이 도쿄 타워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닮은 꼴을 하나 더 말해보자면 체스 말 중에 비숍 같다. 머리까지 올라가는 부분은 점점 얇아지는데 머리가 갑자기 올려진 그런 모습이다.
도쿄 타워를 떠올리게 한 시드니 타워지만 이곳만의 특징이라면 겉면을 둘러싸고 있는 수십 개의 강철 케이블이 둘러싼 디자인이다. X자 모양을 위로 길게 뻗어 양옆, 위아래로 몇십 개를 붙인 뒤 그 양 끝과 끝을 마주해 시드니 타워에 씌운 것만 같았다.
305m의 높이를 자랑하는 시드니 타워는 날이 좋다면 남태평양과 블루 마운틴까지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쉽게도 블루 마운틴을 다녀오지 않았지만 두 번째 여행을 간다면 익스트림 액티비티로 구상해 다녀와 보고 싶다.
전망대를 올라가면 역시나 귀가 먹먹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몇 번이고 침을 삼켜 먹먹한 귀를 풀어주면 그제야 시드니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필름 카메라로 시드니 전경을 찍으면 하늘이 짙은 푸른색으로 나와 더욱 채도가 높아진 사진이 만들어진다. 눈이 시릴 정도의 남색 하늘을 자랑하는 시드니 날씨다.
시드니 하늘 사진을 보냈더니 엄마에게서 카톡이 와 있어 답장하는 중이었다. 엄마가 너무 좋아하는 반응을 보내줘서 뿌듯한 기분에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는데, 그걸 알라가 고맙게도 찍어줘서 아직까지도 사진으로 간직하고 있다. 각도도 참 좋지, 옆에 시드니 전경을 담아줘서 지금 꺼내 봐도 자연스러운 느낌이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유레카 타워처럼 하늘에 떨어지는 극적인 기분은 아니었지만, 시드니 전경을 바라보는 느낌은 또 색다르다.
발밑에는 방금 스케이트를 타다 온 아이스링크가 있고,
그 뒤에는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는 성당이,
성당을 둘러싼 커다란 녹빛 하이드 공원이,
하이드 공원 바깥에는 우리가 공중을 걷는 것 같이 걸어온 시내가.
눈길로 우리가 걸어온 길을 한 번 더 걷게 하는 느낌은 언제가 되었건 돌아보는 느낌을 준다.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온 길이어서 그런지 앞으로 가야 할 곳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시드니 타워에서 퀸 빅토리아 빌딩으로,
시드니에서 브리즈번으로,
호주에서 한국으로,
여행객에서 대학생으로.
어쩐지 가야 할 곳을 상기시켜주는 공간이다, 높은 곳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