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팔일. 바 레지오
여행지에서 두 번 간 곳이 있다? 가도 가도 부족한 곳이라는 뜻이다.
나에게는 바 레지오가 그런 곳이다. 가도 가도 부족한 나의 인생 스테이크 집.
시드니에서 스테이크는 두 번 썰었는데, 한 번은 캥거루 고기를 먹은 곳, 그리고 이곳 바 레지오다.
호주 여행기에서 딱 하나 남기라면 이곳을 선택할 것 같은데, 그만큼 이곳에서 먹은 스테이크와 피자의 조화가 말이 안 나올 정도다.
앞서 주구장창 말했던 것처럼 나는 국과 밥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아무리 피자와 치킨 조합을 먹어도 여기만큼 기억에 남은 적이 없었다. 프렌차이즈에서 시켜 먹은 피자와 치즈도, 어느 유명 레스토랑에서 먹은 스테이크도 이렇게 맛있을 수는 없었다.
퀸 빅토리아 빌딩에서 버스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하는 이 인생 스테이크 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예약이 필수다. 우리는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제시간에 맞춰 도착해 자리를 안내받았다. 입구가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주방 입구 같은데, 왜냐면 입구를 마주하면 보이는 게 주방으로 들어가는 반 정도 사이즈의 여닫이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른 저녁이어서 좁은 테이블 간 거리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북적거리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친절한 웨이터분이 주문을 받으셨고 우리는 가장 유명하다던 버섯 소스 스테이크인 알 펀기와 칠리 새우와 치즈를 토핑한 레지오 피자를 시켰다.
이곳은 메인 메뉴를 시키면 사이드를 무료로 고를 수 있어서 알라와 나는 메쉬 포테이토와 칩 앤 샐러드 중 후자를 시켰다. 가장 먼저 나온 사이드 메뉴는 그냥 버거 프렌차이즈에서 볼 수 있는 얇은 감자튀김과 샐러드였다. 짭짤하고 어디선가 많이 먹어본 듯한 맛과 함께 메인 메뉴를 기다리던 우리에게 가장 먼저 나온 건 레지오였고 알 펀기도 뒤이어 나왔다.
스테이크와 피자를 한 입씩 먹어본 알라와 나는 1인 1스테이크를 못하는 우리의 배를 후회했다. 사진으로 몇 번이고 봐도 알 펀기의 그 맛이 생각나 군침이 돈다.
레어로 구워진 알 펀기 위에 뿌려진 깔루아 밀크와 같은 색을 가진 소스는 우유를 넣고 끓인 듯이 부드러웠다. 시그니처 메뉴 답게 짭쪼롬하면서도 맛이 독특했다.
레지오 피자 위에 올려진 오동통한 새우는 씹는 맛이 확실히 살아 있었다. 칠리소스도 과하지 않게 발라져있어 치즈와 새우, 칠리소스를 같이 먹고 스테이크를 잘라 함께 씹으면 바 레지오가 천국이었다. 거기에 후식 삼아 짭쪼롬한 감자튀김을 먹으면 행복이 완성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식사 중에 피자가 식지 않도록 삼발이 같은 그릇 위에 피자를 올려두고 그 밑에 초를 켜둬 피자를 계속 따뜻하게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세심한 배려 덕분에 따수운 음식을 마지막까지 먹을 수 있어 더욱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맛있는 식당이 숙소에서부터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니. 우리가 호주 여행을 하는 내내 숙소 고른 눈은 정확했다고 자평해도 될 정도다.
계산하면서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또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알라와 나는 그 약속을 지켰다. 오페라 하우스에 들리기 전 기분 좋은 저녁 식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알라와 나에게는 정말 인생 스테이크 집인 바 레지오다. 다들 호주에 간다면 부디 이곳을 들려 내가 먹었던 알 펀지와 레지오 피자 조합을 먹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