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팔일. 퀸 빅토리아 빌딩
지난번 자라 쇼핑몰을 다녀오며 곁눈질했던 퀸 빅토리아 빌딩. 이곳은 우리가 시드니에서 묵을 두 번째 숙소와 좀 더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 번에 말하지 않았는가. 시드니는 도보 여행을 하기에는 애매하다고. 걷다 보면 어느새 숙소에서 멀어진다.
시드니 타워 다음이었던 이 퀸 빅토리아 빌딩은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진 쇼핑몰이다. 지하 2층과 지상 3층으로 총 5층 건물인데, 5층에 걸쳐 온갖 명품 브랜드와 부티크, 레스토랑 및 각종 프렌차이즈가 들어서 있다.
알라와 나는 이곳에서 오늘로 두 번째 스테인드글라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과연 1898년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지어진 건물다운 모습이었다. 3층으로 올라가는 방법도 에스컬레이터뿐만 아니라 호주 박물관에서 본 나선형 계단도 이곳에 있었다.
올라갈 때 심심하지 말라고 계단 옆 벽에 만들어진 작은 규모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볼 수 있었다. 이런 화려한 배려 같으니라구.
계단을 모두 올라가 상점이 늘어진 곳으로 걸어갈라치면 이렇게나 화려한 입구가 보인다. 호주에 와서 석고 기둥을 얼마나 많이 봤는지... 기둥은 하얗지만 그 옆 벽면이 고급스러운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어 다채로운 색에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회랑 형식으로 내부가 지어져 있어 3층 난간 테이블에서 마카롱을 먹으며 1층과 2층, 그리고 3층 천장을 구경할 수도 있었다. 화려한 게 어색한 나로서는 사치스럽다고도 느껴졌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곳을 미리 정해두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먹는 것도 근사할 법했는데, 3층에서 바라보는 정면은 대략 이렇기 때문이다.
아치형의 유리 천장을 따라가다 보면 천장 한가운데에 고전적인 중앙 시계가 있다. 위 사진에서 한가운데에 있는 시계다. 이 중앙 시계는 정각이 될 때마다 시계 안에서 병정이 나와 시간을 알려준대서 우리는 그 근처 가장 가까운 테라스에 기대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지만 병정이 막 나올 때 하필 핸드폰 화면이 잠겨 눈으로만 보고 병정의 모습을 찍을 수 없었다. 어찌나 빨리 나와서 빨리 들어가는지. 게다가 병정의 크기가 그렇게 작을 줄은 또 몰랐다. 아마 핸드폰으로 찍었다 해도 확대해야 해서 화질이 나빠졌을 게 분명하다. 참고로 말하지만 위안하는 거 아니다. 다들 핸드폰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하길 바라서 적은 문장이었다.
아무튼, 나와 알라는 둘 다 그렇게 쇼핑에 열광하는 편도 아니었고, 우리가 기분 전환 삼아 물건 하나라도 샀다간 영수증에 찍힌 금액을 보고 전환이 그 전환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눈으로 쓱 훑고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 들러서는 그곳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시드니가 그려진 컵을 사고 그 옆 모자 가게를 구경하다가 예약한 식당 저녁 시간이 다가와 퀸 빅토리아 빌딩을 느즈막이 나왔다. 며칠 뒤면 이곳과 더욱 가까운 숙소로 옮길 예정이어서 그렇게 급할 것도 없었고, 무엇보다 저녁이 기대돼서 참을 수가 없었다.
맛있는 저녁을 위해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다시 올 퀸 빅토리아 빌딩과 잠시 거리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