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벚꽃 라이트와 함께 걷는 걸 추천합니다 :)
니시키 시장을 뒤로하고 신발을 운동화로 갈아 신은 다음 방문한 곳은 어젯밤 기온 근처에서 밤 풍경을 봤던 이시베 코지다. 마루야마 공원과 기온의 요자쿠라를 이야기할 때 ‘교토에서 가장 걷고 싶은 거리’라는 별명만 소개하고 넘어갔는데, 낮에 본 길과 주변을 보면 과연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골목 골목마다 여러 건물이 빼곡하게 있었는데, 옛날부터 문전 마을로 유명했던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장소 자체가 일본의 중요 전통적 건축물 보존 지구로 지정되어 있어 그냥 지나칠 법한 장소가 가진 문화적 가치를 짐작해볼 수 있다.
이시베 코지에는 오후 1시 즈음에 도착했다. 6시 조금 넘어서 비행기가 출발하니 다섯 시까지 공항에 도착해야 했고, 1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그렇게 여유 있는 시간도 아니었다. 그리고 어젯밤에 본 풍경이 낮에 본 풍경보다 좀 더 화려했으니 지금은 밤에 볼 수 없었던 이 거리의 이모저모를 눈에 담아두고 가자는 생각으로 천천히 걸었다.
사람이 꽤 있어서 혼자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는 없었지만 오래된 목조 건물들을 따라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운치 있는 교토 산책을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길이 판판하고 매끄러운 돌이 깔려 있었지만 몇몇 길은 자갈이 가득 깔려 있어 걷는 느낌이 잊을 만 하면 달라지는 재미가 있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이시베 코지 옆으로는 일반 가정집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큰 소리로 떠들지 않았던 것도 같다. 사람이 복작거리고 찍을 장소가 많았는데도 다들 뛰지 않고 조심히 걷던 걸 생각하면 가정집도 섞여 있었던 것 같기도.
이시베 코지 옆에는 공원이 있었는데, 이곳 주변을 따라서 벚꽃 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어젯밤 마루야마 공원에 들어가기 전 이곳을 발견해 공원도 한 바퀴 빙 둘러봤다. 공원이 마을보다 조금 위에 있는 언덕에 있는데, 2층으로 이뤄진 공원이었다. 위에 올라갔다면 이시베 코지를 좀 더 한눈에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돌아보면 더 멋진 사진을,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가 이렇게나 많이 떠오르는데, 정작 여행지에 가면 당장 내 눈에 보이는 것만 더 담아 두려 하니. 여행을 가서도 참을성과 창의력이 솟아나는 사람이 됐으면.
이시베 코지를 그렇게 걷고 나서 다시 숙소로 돌아가 체크 아웃 뒤 맡긴 캐리어를 받아 교토역으로 향했다. 그때까지 아직 아침도 점심도 먹지 않아서 배를 채워야 했는데, 따로 거리가 있는 식당을 가기에는 커다란 캐리어가 부담이었다.
어디를 가야 하지? 생각하며 알라에게 인스타 디엠을 보내봤다. 알라는 당시 학보사를 함께 하던 대학 친구로, 3개월 뒤 3주간 호주 여행을 함께 떠나는 여행 메이트다. 별명은 코알라의 알라에서 따왔다. 호주에서 귀여운 코알라 인형을 내가 산 펭귄 인형과 맞춰줘서 냉큼 별명으로 붙여줬다.
그리고 알라가 교토역 주변 맛집이라고 하며 엄청나게 추천해주는 맛집이 하나 있었다! 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이 맛집에 대해서는 다음 이야기에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