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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 영국 런던 #2

런던에서의 둘째 날 (2016년 6월 8일)

by 정원철
20160608_092058.jpg 대영박물관 ⓒ 정원철

런던에서의 둘째 날이다. 이른 아침 대영박물관으로 갔다. 대영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이고 유물 박물관으로는 세계 최고이다. 세계 문명의 유물을 한 박물관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과거 영국의 번영을 대변했다. 한국 유학생 안내에 따라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안내원은 유물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박물관의 설립 이야기도 중요하게 이야기했다. 어쩌면 이 박물관이 인류의 다시없을 유물이 될 터였다. 안내원의 설명은 하나하나의 유물의 의미에 도취해 설명했지만 이를 듣는 무감한 영장류는 생각이 달랐다. 이 유물들이 유리에 갇혀 있으니 모두 억지로 끌려와 런던의 어느 건물에 붙잡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석공의 굳은살로 다듬어진 석상은 모래바람 속에서 깎여 나갈 때 비로소 전율이다. 그럼에도 대영박물관 자체가 인류의 위대한 유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60608_160116-1.jpg 그린파크 ⓒ 정원철

도시의 회색 건물만 보니 초록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오후에는 영국식 공원을 찾았다. 지도를 보니 하이드파크와 그린파크가 제법 크게 그려져 있었다. 그린파크 바로 옆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살고 있는 버킹엄 궁전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하이드파크 역에서 내려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과 마주한 첫인상은 '그냥 무지막지하게 넓다' 였다. 도저히 걸어서는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게 넓었다. 그 옛날 헨리 8세와 귀족들 만이 이곳에서 말을 타고 사냥을 즐겼다고 한다. 그러다가 17세기 중엽에 찰스 2세에 의해 시민공원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말 대신 자전거가 곳곳에 보였다. 공원의 아름드리나무의 울퉁불퉁한 밑동 곁을 지나면 나무가 말을 걸어올 것만 같았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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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체력전이다. 일상에 지친 사람은 여행을 가면 녹초가 된다. 눈을 뜨면 반드시 처리해야 할 하루 일과가 주어지고 성실한 사람은 천근만근의 몸이라도 짊어지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그러다 8시간의 시차까지 짓누른 나약한 육신을 대면해서야 정신을 차린다. 오늘이 그렇다.

저녁에 Lyceum 극장으로 갔다. 뮤지컬 라이언킹을 보기 위해서였다. 뮤지컬에는 한국에 있을 때도 별 관심이 없었다. 단지 런던 가서 뮤지컬 보고 왔다는 여행 스탬프 찍는 기분으로 여행 전에 예약해 두었었다. 극장 안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조금 있으니 커튼이 올랐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 30분이었다. 그래도, 이건 좀 심하다 생각했다. 별 관심도 없는 뮤지컬을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듣고 있으니 하늘에서 졸음이 내려와 눈 커플이 온 세상을 덮었다. 다시 런던을 여행한다면 새벽 4시에 뮤지컬은 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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