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달살기] 우당탕탕제주도 서귀포 2일 차(1)

발길 닿는 대로

by 취미수집가

오전 10시. 잠자리가 바뀐 탓일까, 낯선곳에 혼자 있어서 일까. 밤새 뒤척이고, 잠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다가 객실을 청소하는 소리에 눈을 떴다. 여행에서의 늦잠은 사치라는데, 한달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부지런을 떨 이유도 없고, 계획도 없으므로 일찍일어날 필요가 없다. 아주 합리적이고 정당한 사치가 아닌가? 덕분에 몸이 개운하다. 바스락거리는 이불과 암막커튼 사이로 비춰지는 햇살에 한껏 기지개를 피고 창문을 열어 기분좋게 시원한 바람을 맞이한다. 햇빛이 눈아래에 일렁인다. 어젯밤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못한 한라산이 반갑다.

아-여유롭다.


나갈 준비를 하고 지도어플을 켜서 근처 바다로 가는 길을 검색 했다. 걸어서 20분이면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근사했다. 걸으면서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 낯선곳을 훑으며 현무암이 박힌 도로와 돌담들을 보다 당황스러움에 멈춰섰다. 로터리부터 거대한 길이의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는 것이다. 신호등이라는 안전장치 하나 없이 길을 건너야 한다는 사실은, 차가 먼저인지 사람이 먼저인지 눈치싸움의 연속이었다. 눈치 없는 나는 친절한 차주분들의 양보로 겨우 건널 수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바다와 가까워 질수록 속에서 지르던 탄성이 나도모르게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시원하게 트인 바다는 맑은 날씨덕분에 두배는 더 청량했고, 햇빛에 반짝이는 윤슬들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이제껏 본 바다중 제일 아름다웠다. 아니, 이건 날씨가 다했다! 제주가 제주했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는 말이 분명하다.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촬영버튼을 여러번 눌러봤지만, 몇장 찍다 포기했다. 이 아름다움은 핸드폰 카메라 따위에 담길 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눈에나 담아야 겠다 싶어 넋을 넣고 보는데, 눈치없는 배에서는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주변을 둘러보니 날씨가 좋아 도시락을 싸서 공원에서 먹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금강산과 밥을 한꺼번에 해치우다니, 멋진 사람들! 다음에 올 때에는 도시락을 싸와야 겠다고 아쉬움을 달래며 혼밥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해산물왕창, 전복3마리, 딱새우2마리,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딱 해장용인 오늘의 첫끼는 전복뚝배기 이다. 혼밥에 뚝배기만큼 훌륭한 메뉴가 어디있으랴. 혼자 먹는 밥은 먹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 할 수 있어서 좋다. 누군가의 속도에 따라가지 않아도, 억지로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아도,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그것이 장점이자 단점이지만(하하하) 딱새우 특유의 감칠맛에 반해, 뜨거운 것을 입으로 밀어내다 결국 입천장이 다 데어버렸지만 꿋꿋하게 뚝배기의 국물과 밥한그릇을 뚝딱 야무지게 해치웠다.

다시 바다를 누리러 가볼까!



소남머리부터 자구리공원 주변을 한바퀴 돌고 아래쪽으로 내려가니 바다를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끝없는 지평선과 시야에 걸리는 것 하나 없는 망망대해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일명 '물멍'하기에는 최적의 장소. 배도 부르겠다, 멍때리면서 몽롱해진 정신이 누워서 낮잠자고 싶다 라고 생각할 때, 어디선가 나타난 아저씨가 윗옷을 벗어 던지고 수영을 하기 시작한다. 눈을 의심했다. 물론 그만큼 날씨가 좋긴 했지만, 11월 바다에서 수영이라니! 16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한곳을 응시한다. 수영이 끝난 아저씨가 누워서 낮잠자기 딱 좋겠다고 생각한 곳에서 누워 일광욕을 하며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행복해 보였다. 이 사람의 자유로움에 동경, 해방감이 부러움과 동시에 담배냄새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오늘의 우당탕탕 제주도

소남머리 주변-> 칠십리 삼무뚝배기-> 자구리공원-> 오르부아 카페-> 서복전시관-> 왈종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