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델리 스파이스 - 항상 엔진을켜 둘게
두 번째 숙소를 떠나는 날 아침. 함덕을 떠나는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코로나 조심하라는 말과, 다음에 또 보자는 말에 진심을 담아(꼭 다시 올 것이다.) 사장님과 작별인사를 했다.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 속에, '감기 조심해' 같은 자연스러운 인사로 자리 잡은 것이 참 낯설고 이상하다.
노트북과 충전기, 책 두 권과 여벌 옷, 잠옷, 삼각대, 상비약, 화장품을 꾸역꾸역 넣은 나의 오렌지색 백팩은 끊어지기 일보직전이다. 챙긴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뭐가 이렇게 많은지... 뭘 이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왔는지 미련하다 싶지만, 마음은 편하다. 몸이 짊어지는 배낭의 무게와 마음의 무게를 맞바꾼 것이랄까. 혹사당하는 몸이 불쌍했지만, 마음은 가볍다. 그나마 어제 차를 반납하기 전, 캐리어 하나를 먼저 숙소에 가져다 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함덕을 떠나기 전, 어제 먹었던 아몬드가 올라간 파운드가 생각이 나서 다시 델문도를 찾았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서인지, 빵 리스트가 달라지는 탓인지, 내가 찾는 빵은 없었다. 물어볼까 싶었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 사이에 나의 질문은 목구멍으로 삼켜졌다. 파운드가 맛있었으니 뭐든 맛있지 않을까 싶어서 고른 감자 포카차는 느끼해서 입맛에 맞지 않았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제주도에서 뚜벅이 여행객들에게 가장 익숙한 201번 버스를 타고 다음 숙소로 가는 길. 42개의 정류장을 지나 종점인 제주 버스터미널까지 가서, 다시 202번을 타고 38개의 정류장을 거쳐 애월까지 가는 약 2시간의 여정은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제주도는 환승정류장을 중심으로 동쪽에서 남쪽은 201번을, 서쪽에서 남쪽은 202번을 타고 여행할 수 있다.) 익숙한풍경을 벗어나 또다시 낯선풍경을 유람하고, 버스를 타는동안 만든 2020겨울 플레이리스트들과, 제주버스에 길들여진 탓일것이다. 살아본적 없는 지역에 길들여지는 것과 익숙해 진다는 것은 마음의 고향이 생긴 기분이 든다.
오늘의 우당탕탕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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