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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미수집가 Oct 20. 2021

[제주도한달살기] 우당탕탕 제주도 애월 29일 차

어제는 나답게 사는  같아 행복해서 눈물이   같았는데, 오늘 점심때 거하게 체해버린 이후 집에 가고 싶어 눈물 나는 서러운 밤이다. 생각해보면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었다.


오늘 옆방 언니와 함께 오일장 시장 구경을 가기로 했었는데, 언니는 오전에 요가 수업이 있어서 하귀에 있는 마트에서 오전 11시까지 만나기로 . 그런데... 버스를 반대방향으로 타는 바람에  시간이나 늦어버린 것이다.  타던 버스였고  가던 길이었는데 것이 문제였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였을 때에는 이미 여덟 정거장이나 지나친 후였고, 심지어 다음 버스는 20 뒤였다.( 마이 !) 언니에게 사죄와 함께  어이없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자책과 미안함에 어쩔  몰랐다.   있는 거라곤 버스가 빨리 오기를 바라는 것뿐... 우여곡절 끝에 버스에서 만난 언니의 얼굴을 제대로 볼수가 없었다. 언니는 괜찮다며 오히려 미안해하는 나를 다독여 주었다. 천사임이 분명하다.


기껏해야 하귀에서  정거장 떨어져 있는  알았던 오일장은 알고  공항 근처에 있거서 거리가  멀었고, 생각보다 큰 규모의 시장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 진다. 제주도에서 열리는 오일장 중에서 가장  규모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제주민속오일장 풍경


일열로 늘어져 있는 가게들이 흡사 박람회에 온것 같았다. 판매하는 물건도 식물부터 각종 야채, 과일, 해산물, 철물, 각종 잡화까지 없는  빼고  있는 만물시장이다. 활기찬 시장의 모습이 정겨워 반가웠다.

우리의 목적은 겨울을 나기 위한 귀마개와(제주에서 귀마개는 필수이다. 바람에 귀가 떨어져 나갈  같다.), 앨리스 사장님이 부탁한 천연비누, 저녁메뉴인 딱새우, 그리고 시장에서 먹는 점심이었다. 비누 가게는 아쉽게도 문을 닫아 구경하지 못하였지만 시장의 골목을 헤집어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귀마개를 발견했다. 뜨개실로 직접 만드셨다는 귀마개는 보슬보슬  보이는 것이 따수워보여 이리저리 대보았다. 목에 매면 목도리, 머리에 쓰서 귀를 덮으면 귀마개로도   있는 기능이 좋은 물건이었다. 사업 수완이 좋은 사장님의 영업에 제주와  어울리는 귤색과, 유채꽃 의 양말도 두 켤레나 샀다. 예쁘긴 하지만 육지에서 시내를 돌아다닐 때에 눈길도 주지 않았을 물건을 사고 나니 어쩐지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같았다. 시장 곳곳에 지갑을 열리게 하는 물건들 투성이므로 방심하지 않고 지갑을 지켜야 했다. 하지만  걸음 가지 못해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다른 물건에 홀려버렸다. 꽃무늬가 왕창 들어간, 시장의 바이브가 느껴지는 기모 조끼였다.


"와, 제주도에 왔으면 이 정도는 입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인정... 그리고 기모까지 들었는데! 정말 따뜻해 보여요"

"사장님! 이거 얼마예요?"

"육천원!"

".....?!(띠용) 당장 사야 해!!!"


언니와 나는 눈이 뒤집혀(?) 어떤 꽃무늬가 나은지 거울에 대보고 입어보기를 반복하다가 서로 하나씩 골라 장바구니에 넣었다. 소비 리스트에 없던 목록이었지만, 서로의 표정을 보니 '낭비'가 아닌 합리적 소비였음을 확인했다.(나중에 숙소 가서 입어보았을 때 안 샀으면 후회 활 뻔했다며 매우 만족스러웠다.)

 조끼로 하여금 우리의 시골st룩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오일장의 하이라이트!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점심시간이라 길게 늘어선  때문에 우리는  바퀴를 다시 돌고 왔고, 타이밍 좋게 곧바로 들어갈  있었다.


옥이 이모네 최고!

메뉴판을 보고 나니 언니가 왜 이곳을 꼭 와야 한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된장찌개를 포함한 모든 식사류가 6,000원대였다. 심지어 된장찌개가 단품이 아닌, 비빔밥과 함께 나오는 세트라는 것...!!! 제주도에 이런 혜자스러운 식당이 있다니! 우리는 된장찌개와 비빔밥, 오징어가 한 움큼 들어간 전과 막걸리를 주문해 거의 흡입하듯 먹었다. 노릇노릇하고 바삭하게 반쯤 튀겨진 오징어전은 맛있다는 말을 할 시간도 아깝게 입에 넣기 바빴고, 달짝지근한 막걸리는 꿀떡꿀떡 넘어갔다. 양껏 먹고 나니 조급했던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기분이다. 

누군가 말했다. '사랑, 자비, 배려심 같은 아름답고 넉넉한 것들은 다 탄수화물에서 나온다.' 라고, 명언이 아닐 수 없다. 딱 그런 기분 좋은 배부름을 두들기며 슬렁슬렁 걸어 수산코너의 딱새우를 보러 갔다. 

원래 딱새우를 사서 저녁에 반은 삶고 반은 라면에 넣어 먹을 계획이었지만, 딱새우를 담아올 통을 준비해 가지 못해 구경과 가격만 알아보기로 했다. 눈을 뜨고 두리번 거렸지만 사실 육지 촌놈은 이게 좋은 가격인지, 좋은 물건인지 알 수 없었다.(그냥 다 좋아 보이고 맛있어 보인다.) 수산시장은 온통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몸집과 두께, 길이가 평소에 보던 것과 2배가 족히 넘는 갈치들이나, 먹을 줄만 알았던 조그만 우럭의 실체, 온전한 형태의 딱새우, 이름은 모르지만 각기 다르게 생긴 생선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시장 구경은 늘 신기하고 재미있다.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지난번에 만들었던 귤잼에 발라먹기 위한 빵을 사기위해 걸음을 옮겼다. 빵집은 숙소에서 매일 아침 조식으로 나오는 빵을 파는 곳인데, 앨리스사장님이 입이 닳도록 맛있다고 칭찬한곳이라 궁금했던 참이었다. 오후라서 빵이 얼마 없었지만, 우리가 원하던 것은 있었다. 초코식빵과 치즈바게트라는 전리품을 가지고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탔다. 택시를 타고싶었지만 2만원가까이 되는 택시비에 튼튼한 다리와 버스를 택했고,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눈을 감고 기절해버렸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은 씻고 잠들기. 언니는 체한 것 같다며 속이 좋지 않다고 잠들었고, 나또한 너무 피곤해서 잠들었는데 일어나자마자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체했다. 망할. 좀 돌아다니면 나을까 싶어 주변을 걷다가, 어젯밤 온 또 다른 투숙객인 앞방동생과 사장님이 해주시는 오일파스텔 원데이 클래스 수업을 듣기로 해서 일단 작업실 돌창고로 갔다.(숙박객에 한해서 1회 그림 수업을 해주신다.)

앨리스 그림호텔의 원데이클래스


수업을 듣는 것은 재미있고 즐거워서 아픈 줄 모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렸는데 수업이 끝나고 나니 또다시 머리가 아파서 동네를 한참 걷고, 편의점에서 소화제를 사서 들어왔다. 우스운 것은 이 와중에 배가 너무 고프다는 것이다.(위장 눈치 챙겨!) 소화제를 먹고 뭐라도 좀 먹어볼까 싶어 아까 시장에서 산 꽈배기를 먹으려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순간! 냄새를 맡고 알았다. '아, 나 오늘 굶어야 되는구나' 그대로 화장실에 가서 오늘 먹은 것을 다 게워냈다.(엉엉엉) 결국 이렇게 토하는구나. 속은 한결 편해졌지만, 두통이 너무 심했다. 숙소 사장님께 손을 따줄 수 있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연신 따뜻한 물만 마시다가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을 지경에 와서야 진통제 한알을 먹었다. (진작먹을걸...)


혼자라는 것은 체했을 때 직접 소화제를 사러 밖으로 나가야 하는 수고와, 생살을 바늘로 찔러 피를 내야 하는 용기, 비상약을 지니고 있어야하는 치밀함이 필요한 일이다. 고작 체한것 가지고 서러워하는 내가 밉기도 하다. 내 몸 하나 챙기는 것이 이렇게나 어렵다.



오늘의 우당탕탕 제주도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옥이 이모네 -> 본조르노 -> 앨리스 그림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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