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후 준비 점수로 찾아온
마흔 직장인의 슬프고, 아픈 마음
지난 9월 9일.
집에서 출근하지 않고 쉰 지 5일쯤 되었을 때, 아내가 내게 한마디 했다.
“오빠, 출근 안 해?”
나는 아내의 말에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일이 지난 오늘 9월 12일이다. 지난 3일 동안 매일 오전에는 사업 부서를 찾아가서 팀장님과 간단히 커피를 한잔하면서 언제 일하게 될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분위기 파악을 했다. 오후에는 “Customer Engagement”, “Omni-channel”, “Customer Satisfaction”, “Customer Experience” 등에 대한 최신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현시점의 경영 트렌드와 실행전략, 실행 방법 등에 대해 학습하기를 반복했다. 이 일(경영컨설팅)을 시작한 이후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게 된 3일이었다. 그리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거의 4개월 동안 학습에 소홀했음을 알게 되었고, 반성하게 되었다.
‘배워야 할 것!’
‘알아야 할 것!’
‘깊이를 더 해야 할 것!’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이 정도면 됐지 또 뭘? 이라는 생각에 게을리 한 나 자신에 실망하기도 했다.
점심식사 후 바로 자리에 앉아서 2시간 넘게 자료를 보았더니 눈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왔다. 잠시 쉬고 싶었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여의도 공원을 20분 정도 걸었다. 오전에 팀장과 나눈 대화, 오후에 읽었던 자료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면서 말이다. 바깥바람을 잠시 느껴서 일까?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상쾌한 기분을 가지고 돌아온 후 노트북으로 인터넷 뉴스를 보았다. 요즘 이슈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뉴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당신의 노후준비는 몇 점?”
숫자를 통해 현상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기사 제목이었다. 그리고 작년(2015년) 12월 23일에 ‘노후준비지원법’이 제정된 이후 회사에서 한동안 대화의 주제로 등장했던 이슈이기도 했다. 퇴직연금 시행이라는 명목 하에 월급을 더 차감했기에 실제 수령액이 정말 많이 줄었다고 투덜대는 직장 동료들도 많았다.
아무튼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내 점수를 확인해 보고 싶기도 했다. 뉴스 기사를 클릭해서 열었다. 뉴스 기사는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은퇴자와 비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한국사회가 고령화 시대로 가파르게 다가가면서 현역을 마친 후 은퇴준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걱정만 있을 뿐 대부분이 은퇴 후 준비가 미흡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내놓은 '한국인의 은퇴준비 2016'에 따르면, 올해 은퇴준비지수는 56점으로 '주의'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준비지수는 비 은퇴자를 중심으로 조사해 위험(0~50점 미만), 주의(50~70점 미만), 양호(70~100점)로 구분시켰다. 주위 단계로 평가된 은퇴준비지수는 영역별로 △관계 58점 △재무 57점 △건강 55점 △활동 50점 순으로 전 영역 모두 은퇴준비 수준이 미흡한 수준이었다.
재무영역의 경우 은퇴 후 경제적 상황에 만족하는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비 은퇴자들은 은퇴 후 최소 생활비로 월평균 193만원, 경제적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위해서는 월평균 288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은퇴가구의 생활비는 비 은퇴자의 최소 생활비 기대 수준인 월평균 190만원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 보면 50대 은퇴가구의 월 생활비는 225만원인데 반해 60대 은퇴가구는 179만원, 70대는 145만원으로 연령대가 낮은 은퇴가구일수록 자녀교육 등으로 생활비를 많이 지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은퇴 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는 은퇴 이전부터 준비해야 하나 비 은퇴자가 은퇴를 대비해 정기적으로 저축하는 비율은 49%에 불과했다. 가구당 저축액도 월평균 53만원이었다. 특히 비 은퇴 가구의 12%가 3층 연금(국민·퇴직·개인연금) 중 어떤 연금도 가입돼 있지 않았다고 답했다.
은퇴자 중 은퇴 후 생활비 부족을 경험한 비율은 35%에 달했다. 은퇴가구 10가구 중 2가구가 평균 6500만원의 부채가 있었다. 그 결과 현재 경제적 상황에 만족하는 은퇴가구는 33%에 불과했다. 은퇴가구의 35%가 보유 자금이 노후생활에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 미디어펜 뉴스 중 -
기사를 읽어 내려가면서 생각했다.
‘이제야 이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은데, 지금부터 은퇴 준비를 해야 하나?’
회사에 입사한 2006년 이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규직으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수주하는 일을 하다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기 위해 용기를 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계약직의 전문가 그룹으로 2015년 5월에 옮겼다. 그리고 늦게 시작한 길인 만큼 지난 1년 하고도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해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 결과 고객으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기사를 보는 순간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궁금해졌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기 위해 검색해서 찾았다. 관련 자료를 보는데 기사 내용과 차이가 나는 것들이 보였다. 그것은 아마도 기자가 기사에 필요한 결과만을 발췌해서 다뤘기 때문이었다.
습관처럼 주요한 내용이나, 생각들을 작성하는 노트를 펼쳤고, 펜을 집어 기록하기 시작했다.
제목. 비 은퇴자가 생각하는 노후 생활비
<2인 가족 기준 비 은퇴자가 생각하는 노후 생활비>
1. 최소 생활비 월평균 : 211만원
2. 적정 생활비 월평균 : 319만원
3. 여유로운 생활비 월평균 : 450만원
나는 노트에 정보를 기록하다가 놀랐다.
‘여유로운 생활비가 450만원?’
나는 생각해 봤다. 현재 어떤 내역으로 어느 정도를 월평균 지출하고 있는지 말이다. ‘관리비, 각종 공과금, 차량 유지비, 개인 식비, 가족 외식비, 통신료(핸드폰, 인터넷 등), 자동차 보험, 카드 값, 대출 등’
다시 자료를 넘겨보았다. 한국인의 은퇴준비 지수에서 손이 멈췄다. 처음 뉴스를 봤을 때, ‘재밌는 내용이네’라고 생각하면서 ‘내 은퇴준비점수는 몇 점일까?’ 궁금했었던 내용에 대한 분석 결과가 있었다.
다시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한국인의 은퇴준비지수>
1. 재무영역 : 51.4점
2. 건강영역 : 58.1점
3. 활동영역 : 54.3점
4. 관계영역 : 63.0점
5. 종합 : 56.7점
나의 점수가 몇 점이나 되는지 궁금했다. 설문내용에 맞춰 나를 평가해 보았다. 재무영역에서 위험(0~50점)에 해당하는 45점이 나왔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겨우 45점이라니 말도 안 되는 점수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인지 점검해 봤는데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소득이 불규칙한 프리랜서로 3층 연금제도(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중 퇴직연금에 아예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창의성, 논리성, 순발력 등이 요구되는 일을 함으로써,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3층 연금제도 중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의 준비가 미흡하고, 미래 소득을 위한 저축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황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가급적이면 오래 동안 해야 한다는 것과 당장 지금부터 소득의 60% 이상을 저축해야지만, 은퇴 이후 100세까지 최소한의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돈(211만원)을 겨우 마련할 수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자제했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 가지고 싶었던 것을 자제하면서 아껴왔다. 그런데도 나의 은퇴 점수는 겨우 45점의 위험군에 해당하고, 은퇴 후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선 지금 당장부터 60% 이상을 저축해야 가능하다는 사실이 슬펐다.
나는 아팠다. 나의 아들은 이제 겨우 23개월 된 아기. 이 아기를 키우고, 교육시키는 데 필요한 기간만 하더라도 최소 15년! 난 그 기간을 버틸 수 있을까?
머리와 가슴은 놀람, 당황, 실망, 슬픔, 아픔으로 가득했지만, 눈은 은퇴준비지수를 검색하면서 찾아 놓았던 유튜브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미국 증권방송 CNBC의 은퇴자가 후회하는 6가지>
첫 번째 후회. “너무 일찍 은퇴했어.”
두 번째 후회. “첫해에 지출이 너무 많았어.”
세 번째 후회. “초기에 여행을 좀 더 다닐걸.”
네 번째 후회. “이자 수입을 너무 크게 기대했어.”
다섯 번째 후회. “은퇴 후 아무런 활동 계획을 안 세웠어.”
마지막 여섯 번째 후회. “연금수령이 너무 빨랐어.”
후회를 가득 담아 생생히 이야기를 전하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늙고, 가련한 몸으로 인터뷰하는 미래의 내가 보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