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머리빨, 언어는 콘텐츠빨,
아무래도 한국말을 빼놓고 내가 제일 자신있어 하는 언어는 중국어니까, 중국어 이야기만 하게 되는데. 가끔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에 대한 질문은 답하기게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술자리에서 술을 빼고 싶은데 어떤 말을 써야 하는가를 고민해보자. 오늘은 제 간이 알콜 해독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원만한 내일을 위해 오늘은 이만 술을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매우 젠틀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꺼고. 당신이 나에게 권하는 이 술은 내 인격에 대한 모독이며, 블라블라...라고 매우 공격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꺼다. 결국 화자의 화법에 따라 나오는 단어는 다르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언어를 어떻게 구사해야 하는가. 내 경험적으로 보면 한국말을 잘 하는 사람은, 외국어도 잘 한다. 몇 안되는 단어 배열도 말 잘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르다. 모든 사람의 관심사, 이성에게 말 걸기를 예로 들어보자. 세계적으로 잘생겼던 배우 알랑 드롱은 "응" "그랬어?" "그랬구나." 이 세마디 가지고 이성을 꼬셔냈다고 한다. 그의 짙은 눈썹 밑의 맑은 눈동자는 상대방의 심장을 꿰뚫었고, 그 날 밤, 그 다음 날 밤, 그 다음 주 밤에도 그 생각에 잠을 못 이루게 만들었다고 한다. 일단 이런 특수 케이스는 제외하자, 우리같은 머글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특수 케이스라고 하지만 알랑 드롱은 잘생긴 얼굴이라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콘텐츠로 무장해야 한다. 어차피 언어 수준은 거기서 거기인데, 평소에 쓰는 말에 대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대미녀!! 중국에서는 큰 대자에 미녀를 써서 여자를 수식하는 것을 많이 쓴다. 당신 정말 대미녀군요?라는 느끼한 소리도 아주 가끔은 먹히곤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당신이 콘텐츠를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 느끼한 말도 담백한 말 사이에 넣으면, 봄나물 사이의 참기름 같이 느껴지고, 그렇지 않으면 삼겹살 불판위의 기름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엔 중국어냐 아니냐를 떠나서 어떻게 당신의 언어를 설계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중국어를 잘 하고 싶다고 하는 주변 분들에게 나는 중국 고전을 읽어 보시라 권한다. 그리고 거기에 나오는 사자성어 같은 것을 중국어로 외워보시라 권유한다. 처음 보는 외국인이 관동별곡을 읊을 줄 안다면,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겠는가. 마찬가지다, 자국 문화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자기 나라 고사를 어설프게 나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체로 +1이다. 중국어가 유창할 필요도 없다. 그저 중국에 대한 콘텐츠 하나를 더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일정 궤도에 올랐을 때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설명하기 힘든 개념을 중국에서의 어떤 것으로 비유한다면 당신의 화법은 로켓을 탄 것 처럼 상승할 것이다. 역시, 언어도 콘텐츠빨이다. 다양한 사례와 스토리를 가지고 접근한다면, 그냥 어학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재미난 중국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술먹을 때 깐베이~만 하지 말고, 이백의 월하독작을 읊어보는 우리가 되어보자. 한국에 가고 싶을 때에는 두보의 춘망을 읊어보자. 영문과 아이들이 셰익스피어를 거의 암송하는 것도 문화와 언어의 뿌리를 이해하는 동시에 콘텐츠를 확보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리어왕을 읊는 동양인이 있다면 박지성의 나라는 상관없이 영국의 펍에서 맥주 한 파인트 얻어 마실지도 모른다. 그럼 우리는 소주에의 한 객잔에서 용정 차를 얻어 마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