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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비관우자앙비 May 22. 2017

엘리트와 X밥은 한 끗차이.

역시나 지금도 X밥 라이프를 살아가며,

IT 스타트업은 그 진입 장벽이 매우 낮기 때문에, 타인의 성공 스토리가 매우 나와 근접해 보인다. 가끔은 쉬워 보이기도 한다. 2011년,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친구들과 함께 창업했던 '덤앤더머스' 시절 역시 그랬다. 티몬의 성공 케이스를 분석하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 싶은 '엘리트 의식'을 가지고 ‘감히’ 스타트업계에 뛰어 들었었다. 마침 개봉했던 소셜네트워크라는 영화는 감히 나와 주커버그를 동일선상에 있다고 충분히 착각하게끔 만들어 주었었다. 아 시바 왜 그랬지.


"야 내가 xx출신인데 설마 못하겠냐" "난 남들과 다르니까" "내가 하면 다를꺼야" 중2때보다 더 처절한 중2병으로 무장한 시기였다. 대기업 말단 사원에서 C class 임원이 되었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자신감과 성취감이 치솟던 시기였다.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를...을 외치며 허세만을 담고 살던 시기였다. 가끔 페북이 보여주는 5년 전, 6년 전 나를 보면 이불킥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거짓ㅋ). 실은 이뤄놓은 것이 X도 없음에도 그 코스프레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아마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었고, 그 보상의 방법이 그것밖에 없음에 대한 자조적 표현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비참한 시기였다. 카드 리볼빙으로 근근히 살아가며, 가오는 잡고 싶었으니.  


그게 어찌 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엘리트 주의와 맞닿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엘리트라는 말은 과거 지향적이다. 과거의 인생적, 학문적, 재무적, 혹은 다른 영역의 성취로 지금의 나를 인정받고자 하는 뻔뻔한 태도이다. 남의 말에 조금 더 귀를 귀울이고 개방적 태도를 취했다면 정말로 엘리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누군가가 될 지도 모르겠다.


https://brunch.co.kr/@hyunsikpark/5

* 이 글을 보고 옛날 생각이 나서 점심시간에 핸드폰으로 날려쓴 글이다 ㅋ


스타트업이던 뭐던 왕도는 없다. 말이 좋아 스타트업이지 자영업자인데, 좋은 매출 구조 혹은 가치 사슬을 만들지 못한다면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만들어도 힘든 것은 진실, 무조건 힘들다) 입으로는 카르페디엠을 외치며 속으로는 과거의 내가 잘난 시절을 회상하고는 한다. 그래서 창업은 힘들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기가 힘들다.


X밥이론이라는 말을 가끔쓴다. 내가 완연한 X밥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다른 세상이 보인다. 고개를 숙이되 자존심만은 잡고 있으면 되곤 했다. 그 고개 숙이기가 처음엔 너무 힘을었다. 아무것도 아닌데. 처음 온라인 벤더를 만날 때 내 자존심은 하늘 끝에 있었다. 고졸과 대졸의 차이를 마음 속에 불현듯 가지고 있었다. 반성한다. 그런데 돌려 생각해보면 나는 그 업의 뉴비이고, 그는 그 업의 10년차 베테랑이었다. 얼마나 내가 가소로워 보였을까.


그래서 우리 모두는 우리가 X밥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구태연한 엘리트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개나 줘버려야 한다. (개 비하발언 아님) 내가 완연한 X밥이 되었을 때 비로소 보인다. 와 시바 세상엔 X나 대단한 사람이 많다. 내가 넘보지 못할 정도로. 그래서 만약 당신의 후배가 갑자기 찾아와 창업하겠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이 이야기로부터 시작해보자.


"X밥아 넌 일단 실패할꺼야, 그렇게 가정하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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