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비관우자앙비 Jun 22. 2018

월드컵 잡설

출근길 잡설


1. 웹툰 <스틸레인>을 영화화했던 <강철비>는 약 450만 관객으로 판권 수익을 포함하여 BEP를 살짝 넘겼다. 6개월만 늦게 개봉했으면 현실성이 떨어져 저 정도 박스오피스 달성이 힘들었겠지.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변호인>의 감독이며, <강철비>의 감독인 양우석 감독이 <스틸레인>의 작가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스틸레인>을 먼저 준비하다가 여의치 않아 <변호인>을 더 먼저 연출하게 되었다는 것은 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기도 하다. (김정일의 죽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인데, 김정일이 딱 세상을 떠나서..ㄷㄷ)


2. 월드컵만 되면 누구나 국대 감독이라는 말이 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대한민국 국민은 축구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월드컵만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다. 마침 월드컵 시즌, 역대급으로 관심이 없을 것 같았던 러시아 월드컵이었지만, 축구가 가진 국가주의적 성격으로 인해 애국심 불타오르는 사람들과 현실주의적 사람들의 이야기가 요즘 밥상머리의 화두다. 대부분 신태용 감독에 대한 불신과 축협에 대한 적폐 논란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이룬다.  


3. 축구 구단의 엠블럼을 보면 대부분 방패 문양이다. 국대도 마찬가지. 이는 축구의 발원지인 영국의 영주들이 서로 전쟁을 벌이며 썼던 깃발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 지역 혹은 국가를 상징하는 엠블럼을 가슴에 달고 총칼로 할 수 없는 전쟁을 대신하는 것이 축구의 기원이라는 것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유럽의 악명높은 훌리건들이 이를 실천적으로 증명한다.


4. 우리나라는 70년간 전쟁 상황에 있어 왔다.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는 가끔 서로 주적이라 규정하는 남과 북이 화합하는 평화의 상징이었다. 발원지에서는 전쟁을 상징했으나, 우리에게는 평화를 상징하는 아이러니가 있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평창 올림픽에서도 공동 입장과 단일팀이 만들어 지기도 했다. 가끔 남북이 만나는 스포츠의 현장에서는 인지할 수 없는 민족주의적 접근이 이뤄지기도 했다.


5. 다시 <강철비>를 이야기해보면, 원작 스틸레인보다는 스케일이 조금 작아졌지만 (스틸레인을 영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VFX 회사 몇 개를 통째로 갈아넣어야 할 테니), 북핵과 전쟁이 그 주요 메타포이다. 흔들리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설정의 북한 지도자와 임기말 한국 지도자, 그리고 그 지배 체계 안에서의 일반 국민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쉬리>, <JSA>, <베를린>, <공조>, <용의자> 등 끊임없이 한국 영화의 소재가 되어 왔던 남북대립의 또 다른 이야기였다. 물론 한반도 전면전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스케일이 남달랐다.


6. 인생은 타이밍이라 한 것은, 영화가 판문점 회담, 싱가폴 회담 이후에 개봉했다면 바로 OCN으로 갔을법한 소재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이라는 국가의 감독이 바뀌고 일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취임 후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80% 국정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사람과 그를 보좌하는 캐비닛이 만들어 낸 쾌거다. 누구는 화를 냈을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7. 이제 문이 신을 만나러 러시아에 갔다. 물론 푸틴과의 정상회담이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두 감독이 만난다. 어떤 사람은 긍정적으로 핫하고, 어떤 사람은 부정적으로 핫하지만. 문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인적 풀을 엄청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본인도 임플란트까지 하면서 격무에 시달린 경험이 있기도 하고) 신은 손흥민이라는 카드를 가지고 있으나, 아직 잘 쓰지는 못하는 것 같다. 심지어 히딩크는 2002년 멤버보다 지금 스쿼드가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문이 신에게 인재 활용의 묘수를 알려주면 좋겠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 무드의 최대의 수혜자 중 하나가 될 러시아와 좋은 협상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8. 월드컵 축구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가 대통령이기도 하다. 내 주권을 대리하는 사람이 민주주의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내기도 하고, 욕을 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문과 신은 “욕받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문은 본인의 전술과 인재 활용, 그리고 만들어낸 업적을 통하여 반대편 사람까지 포섭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신은 깊은 욕받이의 구렁텅이로 계속 들어가는 것 같다. 대표팀에 바라는 것은 항상 이기는 무적의 팀이 아니라, “졌잘싸”가 되더라도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는 모습인데 말이다.

9. 아무튼, 나는 신태용 감독 욕 안한다. 2014년에 홍명보 감독도 욕 안했다. 축협을 욕했지. 이렇게 레전드들이 누군가의 욕받이가 되어 그들의 명성과 커리어에 금이 가는 것이 안타깝다. 남은 멕시코, 독일전은 트릭쓰지 말고, 해트트릭 당하지 말고 재미난 경기 하면 좋겠다. 우리는 일희일비하지 말고 재미삼아 보면 좋을 것 같음. 스포츠는 사실 유희 아니던가. 전두환의 우민정책인 3S중 하나가 Sports 였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인생 이야기#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